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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두 번째 읽어보았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by 이수댁

- 책 요약 (책 이름, 저자의 약력이나 특징, 무엇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인지?)

‘82년생 김지영’을 두 번째 읽어보았다. 2017년 10월에 지인(남성)이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sns 후기를 보고 궁금해서 펼쳐보았다. 그 후 회사 워킹맘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일으키며 일독을 권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2016년 10월 14일에 1쇄를 펴냈는데, 2018년 1월 9일자로 46쇄를 펴낸 기록을 보았다. 2018년 7월에는 얼마나 증쇄되었을지 궁금하다. 오늘의 젊은 작가 (문학성·다양성·참신성·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이 펼쳐 가는 경장평 시리즈)로 선정된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고, 읽고 싶다.


조남주 작가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일을 하면서 사회이슈에 대해 많이 접하고, 고민했을 것 같다. 1978년 서울 태생으로 82년생 김지영씨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생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쓰셨겠구나 싶다. 그래서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치는, 그러나 비슷한 경험을 했노라 또렷이 기억하는 일상 속 에피소드들을 생생하게 그려내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2016년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82년생 김지영] 이후로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을 공저로, [현남오빠에게]와 [그녀 이름은]이란 소설도 쓰셨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이라는 아주 평범한 인물의 삶을 태어난 해인 1982년부터 2016년까지 적은 글이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지나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 후 출산을 해 육아를 하는 모습까지 시기별로 보여준다. 이웃집 언니 또는 회사 선배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삶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일기 형식의 에세이가 아니다. 김지영씨 담당 정신과 의사가 일대일로 상담하며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이야기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다.


- 느낌

82년생 김지영과 90년생 안지영.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때의 삶과 지금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이야기와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놀라울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았다. ‘지영’이란 흔한 이름을 가진 여성이며 두살 많은 언니와 5살 터울의 남동생이라는 가족구성원 안에서 겪은 일도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어처구니없고 부당한 상황에 부딪칠 때 82년생 김지영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꾹 삼켜버린다. 처음부터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일들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녀가 다른 사람으로 빙의해서 말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생각과 심정을 알게 된다. 하지만 8년 후에 태어난 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서운한 건 서운하다고,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눈치보지 않고 이야기했다. 둘째가 딸이 태어났다고 할머니께서 서운해하셨지만, 할아버지께서는 꽃을 들고 날 보러 오셨다고 한다. 밥을 먹을 때 할머니께서 막내 동생에게 “우리 손주 많이 먹어라~"고 말씀하시면 입술을 실룩거리며 “할머니 저는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할머니께서는 호호호 웃으시면서 “우리 손녀딸도 많이 먹어라~”라고 하셨다. 할머니께서 차별을 하신다는 생각보다 손자 손녀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해주시는지 알기 때문에 서운함도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너는 남자로 태어났으면 장군감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여장군도 있는걸요!”라고 대답하면서 남자 애들 사이에 껴서 축구도 하고, 학급 임원을 도맡아 했다. 엄마께서는 교실 청소를 도우러 학교에 오셨을 때 내가 남자애들을 우르르 끌고 와 책걸상 정리를 금방 끝냈다는 이야기를 지금도 하신다. 정작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남자애들과 격의 없이 지내던 덩치 큰 씩씩한 여자애이긴 했다. 선생님께서는 몸이 약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깡마른 남자애와 책상 맨 앞줄에 짝꿍을 시켜서 옆에서 도와주라고 하셨다. 다섯 살 어린 동생을 친구가 괴롭힐 때 교실로 찾아가서 괴롭히지 말라고 얘기해줬다고 동생은 아직도 고마워한다. 1학년 반에 6학년 왕누나가 찾아와서 겁을 먹었는지 딱 한 번만 교실을 찾아갔고, 그 후엔 그런 일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여자라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 남자처럼 보이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옷을 사러 가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성격도 목소리도 차분하시고, 스타일도 여성스러우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당황했다. 내면에서는 스스로를 남성스럽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여성스럽다는 건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내 그만두었다. 여성스럽고, 남성스러운 게 다 무슨 의미야. 나는 그냥 나인거지. 그 후로 남성스럽다, 여성스럽다라는 개념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은 시대의 자녀이기 때문에 김지영씨가 겪은 일들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직 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제도는 변하고 있지만 가치관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결혼, 출산, 육아 등 아직 겪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는 걱정과 두려움도 생긴다. 경력단절녀가 되고 싶지 않은데 막상 아이를 낳으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스스로 어떤 선택을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혼하기도 전에 앞선 고민들로 결혼을 굳이 빨리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를 상대방은 같은 깊이로 고민할까? 이런 생각을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경청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가사와 육아를 돕는다고 말하지 않고 각자 더 잘하는 부분을 도맡아 함께해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아이를 낳으면 각자 육아휴직을 내서 3년 정도는 아이가 불안하지 않도록 부모가 돌봐줄 수 있는 가정이라면 좋겠다. 너무 앞선 생각이라며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남자들도 아내가 집에서 쉬기 보다 맞벌이를 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82년생 김지영]을 두 번 읽으면서는 김지영씨 외에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착한 남편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김지영씨가 회복하기 위해선 좀더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서 함께해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김지영씨 친구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남편이 친구를 대하는 모습에 속상하고, 화가 날 것 같다. 결혼 후에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었다면, 남편의 지지가 더 필요했을지 모른다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영이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지지해주셔야 지영이도 가정도 편안할 것 아니냐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 마음에 드는 구절

마음에 든다기 보다 여러 번 읽어도 마음 아픈 문장입니다.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이 아니라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 책을 읽고 실천해 볼 3가지

1) 오늘의 젊은 작가 [한국이 싫어서] 읽어보기

2) 오늘의 젊은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 읽어보기

3) 조남주 작가의 [현남오빠에게], [그녀 이름은]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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