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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전태일 평전]를 읽고 '전태일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by 이수댁
‘전태일 평전’에서 본 전태일 선생님의 사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안지영입니다.

1948년 9월 28일에 태어나셨네요. 저는 1990년 9월 28일에 태어났어요. 저보다 42년 일찍 태어나 살다 가셨네요.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는데, 42년 후 제가 살아가는 시대는 확실히 선생님께서 지내시던 시대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요즘 최대 화두는 ‘워라밸’입니다. 워크앤라이프의 줄인 말인데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어요. 주52시간근무제가 도입되어서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9시에 근무를 시작해서 18시가 되면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요.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근무하고, 저녁시간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독려하고 있거든요. 업무의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 좀더 남아서 일을 하려고 하면 미리 부서장님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어떠한 사유로 어느 정도 더 일을 할 예정인지 미리 승인을 받습니다. 일은 남았는데 일찍 가라고만 하면 되는거냐고 볼멘 소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근로 환경은 점차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말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연장 근로를 하고, 저녁시간은 제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하기 좋은 시대에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부서 팀장님은 이번 주를 시작으로 3주간 여름휴가를 떠나셨어요. 사실 3주 동안 자리를 비우는 건 한국 기업문화에서 아직 흔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장님께서도 운영회의 시간에 전 임직원들에게 가능하면 2주 휴가를 다녀오라고 말씀하셨어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휴가를 쓰는 여부가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일할 때 생산성을 높이자는 방향입니다. 선생님께서 들으시기에 정말 꿈 같은 일이죠?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외국 친구들을 보면 2달 동안 휴가를 가지며 세계 여행을 하며 자신의 관점을 넓혀가더라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마냥 좋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서 제가 맡은 업무를 해내며 성과를 내야 하거든요. 더 집중해서 근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야근해야 하는데 쉬엄쉬엄 하지…’가 아니라 ‘시간 내에 마치고 저녁 시간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자.’고 다짐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일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고,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근로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누리고 있는 환경들이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숨을 다할 때까지의 선생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어요.


저는 현재 기업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자원(기부금, 임직원 봉사활동 참여 등)을 사회에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부하면서 인권경영에 대해서도 접했습니다.


‘인권경영길라잡이’라는 책에 따르면, 인권경영이란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즉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고 보호하는 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이윤극대화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뿐 아니라 협렵업체 및 하청업체 근로자, 나아가 소비자와 지역주민 등 기업활동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 존중의 경영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권경영길라잡이 4-5p)


선생님께서 태어나신 해에 제3차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있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업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태어나신 선생님께서는 ‘부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처럼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권리를 찾으려 애쓰셨죠. 14시간 노동에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는 일당 50원을 받는,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노동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셨죠.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소리치며 마지막까지 어머니께 자신이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주시라고 당부하셨죠.


1948년 유엔이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자유롭고 존엄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을 공포한 이후 인권은 21세기에 시대적·보편적 가치가 되었습니다. (인권경영길라잡이 4p)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이후, 실제 기업경영에서 인권경영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이후 부터라고 합니다. 거대 글로벌 기업이 등장해 공장을 짓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인권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해요. 선생님께서는 그 가운데 계셨고,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간해방운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셨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한 생이었지만 그로 인해 더 나은 환경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 인권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기업경영에 적용하는 일이 아닐까요? 마침 현재 하는 업무에서 확장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니 사명감을 갖고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 ISO에서 발표한 CSR 글로벌 가이드라인 ISO26000의 핵심주제에 인권경영이 첫번째로 등장합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기업 사회적 책임의 시작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그에 따른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권인 인권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뜻 잊지 않고, 앞으로 기업경영 현장에서 인권경영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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