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중학생 때 집 근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본 적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아니고, 어떤 책인지 대충 훑어보았다. 전태일이란 사람은 ‘자신의 몸을 불사른 사람’으로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던 시기였지만 읽지 않았다. 한쪽 사상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진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궁금하긴 했지만 읽진 않았다.
꿈꾸는 만년필(이하 꿈만필) 미션도서로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놀라셨다. “그런 책도 읽냐?” 그러고선 이내, “살면서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지.”라고 말씀하셨다. 꿈만필 미션도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찾아서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게 전태일이라는 사람은 중학생 때의 기억에서 머물러 있었겠지? 꿈만필을 통해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전태일 평전’은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이다. 전태일이라는 인물의 삶이 한국노동운동과 인권, 민주화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보여준다. 중간중간 전태일의 수기가 담겨있어 그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전태일 선생님은 1948년 9월 28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1965년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참혹한 노동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노동청에 제출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개선은 커녕 돌아오는 건 사업주의 횡포와 정부당국의 멸시였다. 1970년 11월 13일, 스물두살의 청년노동자는 서울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치른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며 몸을 불살랐다.
이 책을 쓴 조영래 변호사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졸업시험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중 전태일 분신항거를 접했다고 한다. 사회개혁가이자 인권변호사로 헌신적으로 활동한 그는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한 전태일 선생님의 삶을 진실하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태일 평전]외에도 [진실은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와 [조영래 변호사 변론 선집] 등이 있다. 1990년 12월에 폐암으로 타계하였다.
책을 출판하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군사독재의 탄압 때문에 출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여 일본에서 [불꽃이여! 나를 태워라!]라는 제목으로 1978년에 먼저 출판 되었다. 그 후 1983년에야 한국에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전태일 평전]이란 제목으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저자의 이름을 제대로 밝힐 수도 없었고, 내용도 수정해야 했다고 한다. 군사독재가 끝나고 1991년에야 비로소 저자의 이름을 밝히고, 원고대로 책의 내용을 출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최고의 고전 중 한 권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읽고 있다. 영어, 인도네시아어, 몽골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다니…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쩔뻔했어?
P67. 현실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사다. 그 현실의 가장 깊은 질곡 한가운데에서 몸부림치면서, 자기의 심장으로 느끼고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이야말로, 교과서의 해설이나 권위자의 암시를 통하여 왜곡되는 일이 없는 현실의 벌거벗은 모습을 생생히 본 사람이야말로, 현실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인간성을 가장 열렬하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