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다리는 시간 조차 참 행복하다.
불볕더위에 최고의 피서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는 의외로 ‘사무실’이다. 사무실을 한 발만 벗어나는 순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덥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7, 8월을 피해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해외여행은 휴식이 아니다. 낯선 상황과 사람 속에서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그 날의 일정을 챙기기도 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수많은 정보를 흡수해야 한다. 특히나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실상 머리와 몸은 쉬지 못하고 바쁘다.
그럼에도 여행을 가는 건 그런 낯선 상황들 속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만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잊지 않도록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어라,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네!’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를 지켜주는 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행은 그런 일상이 메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물들여준다. 여행지에서 찍은 추억의 사진 한 장이 고요한 호수에 던진 돌맹이처럼 잔잔한 일상에 물결을 일으킨다. 또다른 여행을 기다리며 상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공항에서 내렸을 때 느껴지는 공기의 냄새와 무게, 습도부터 시작해서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 음식, 역사, 문화, 야경 등 무엇이 나를 뻑가게 할지 궁금하다. 이런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도 일상 속 여행이 되곤 한다. 요즘 나는 그러한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8월에 떠나는 동유럽으로의 여행이다.
정여울 작가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 여행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신청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으로 손꼽던 분과 함께 여행을 간다니 설레고, 기대된다. 작가님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읽고, 따라쓰기도 한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 보다 감상에 집중해서 기록하신 것 같다. 읽다보면 여행지에서 이런 생각을 하셨구나, 느끼며 여행을 따라다니는 듯한 상상을 해본다. 기다리는 여행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