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브르노에서 쓰다.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by 이수댁

체코 브르노에서 아침을

중부 유럽에 자리한 체코의 전체 인구는 약 1,644만 명이라고 한다. 체코는 역사적으로 동부 모라비아 지방과 서부 보헤미아 지방으로 나뉜다. 브르노는 서기 800년대 모라비아 왕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현재 브르노는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큰 도시로 인구가 약 40만 정도이다.

첫날밤 우리는 브르노에 위치한 OREA HOTEL VORONEZ에서 하룻밤 묵었다. 12시쯤 잠들었는데, 새벽 4시 반쯤 눈이 떠졌다. 아침에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들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뜬 것 같다. 생체 시계가 아직은 시차 적응 중인 것 같다.

창밖을 바라보니 고속도로가 나있는데 차가 많지 않고 한적했다. 고속도로일 뿐인데 야경도, 아침 풍경도 멋지게 느껴졌다. 날씨 탓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전차가 다니는 철길도 보였다.

호텔 조식은 훌륭했다. 사과, 복숭아, 수박, 포도 등 과일이 많았다. 빵과 치즈 종류도 다양했지만 딸기, 블루베리, 살구, 초코크림 등 잼 종류가 많아서 조금씩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를 포함해서 단체로 관광 온 한국인들도 많아 보이고, 운동선수들도 보았다. 키가 2m도 훌쩍 넘는 선수를 보고 신기해서 뒤돌아서 다시 흘끔 보기도 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바라보니 체코는 대부분 평야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 체코슬로바키아로 한 국가였던 슬로바키아는 인구 약 544만 명이 살도, 대부분 산악 지역이라고 한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시내를 1시간 반 정도 구경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고 하니 잘 살펴봐야겠다.

차 안에서 정여울 작가님의 미니 강연이 있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한 강연이었다. 비행기에서 영화로 봤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책 보다 영화가 재밌는 작품이라고 들었지만, 영화에는 생략된 내용이 있으니 책으로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정여울 작가님께서 공유해주신 기사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0446308


크라쿠프, 아우슈비츠에 걸쳐있는 이야기에 대해 정여울 작가님께서는 3가지로 정리해 주셨다.

1. 이야기의 힘 :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문맹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여주인공 한나는 무기징역이라는 중형 앞에서도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길을 선택한다.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해 평생을 바친 것이다. 감옥에서 미하엘이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로 책을 들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마지막에는 진정한 셀프(심리학 용어)를 찾는다. 이야기의 힘이 한나를 치유한 것이다. 물론, 한나에게 버려진 트라우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했던 미하엘까지도.


2. 마비로부터 벗어나는 것, 비판적 지성의 필요성 : 한나는 나치가 폭격을 할 때 교회에 있는 60여 명의 유태인이 죽는 것을 방치했다. 그때 살아남았던 여성이 책을 통해 그 일을 세상에 알리고, 재판장에서 한나가 주범으로 몰린다. 지금은 나치의 만행이 너무나도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 히틀러에게 충성하는 것이 독일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역사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들은 비판의식이 마비되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종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마비되어 있는가, 깨어있는가?


3. 법이나 문서가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가? 똑똑한 미하엘은 성공적인 변호사가 되지 못했다. 한나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에 의해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판사는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서류 등의 증거물만 보고 판결을 내린다. 유일하게 한나의 상황을 이해하던 미하엘은 재판 결과를 보며 법의 한계를 느낀다.

결론적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건 사랑의 힘, 상처를 치료하는 힘은 오직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순수하고 슬픈, 조금은 미친 사랑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영화에 담긴 메시지들이 참 많다고 느껴졌다. 문학과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건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으로 이해를 도와주신 정여울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여행의 컨셉 -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정여울 작가님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출간 후 여행사로부터 독자들과 함께하는 여행 제안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지금보다 훨씬 내성적이었던 작가님은 생각은 있지만 미뤄왔고, 강의를 하면 독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작가님은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지 않고 작가로만 살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생활을 했을 것 같다고...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출간 후 작가님 인터뷰를 맡았던 기자가 퇴사 후 여행사에 재취업하면서 이번 여행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여행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작가님께서는 아래 2가지를 써볼 것을 추천하셨다.
1. 여행노트에 이름 적고, 노트에 여행 기록하기. 아무 때나 떠오르는 단상들 삐뚤 빼 둘한 글씨도 좋으니 적어보기. 날짜, 장소, 그날 있었던 일과 관찰한 것들 적어보기.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기.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은 여행을 다녀와서 글쓰기로 남길 때이다.
2. 여행의 정의, 내가 꿈꾸는 여행은 모습에 대해 써보기.

그 후 가이드 설명을 듣는 사이에 어느새 폴란드 국경을 넘어왔다. 국경을 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라니! EU 회원국은 벨기에 펭귄 조약 이후 육로로 국경을 넘을 때 여권 검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자유로운 국경 이동으로 유동인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난민 이슈에 치이는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는 남북한 상황을 생각하니 한 없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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