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할 가치가 있는 아우슈비츠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by 이수댁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


피에로기, 치킨 스테이크... 그중 제일은 감자!



점심으로 치킨 스테이크&감자를 먹었는데 감자가 포들포들해서 맛있었다.

채식주의자라고 신청한 분에게는 만두를 연상케 하는 피에로기가 나왔다. 실제로 중국의 교자가 러시아를 거쳐 폴란드로 넘어왔다고 한다. 속재료는 버섯, 양배추, 양파 등 다양하다. 겉모습이 만두와 비슷하게 생겨서 놀랐다. 폴란드에서 만두를 만날 줄이야!



방문할 가치가 있는 아우슈비츠



여행 전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서 아우슈비츠 모습을 엿보았다. 1940년에 폴란드 정치범 수용소로 만든 시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집시, 반나치 활동가, 공산주의자들을 학살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추모와 교육의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중 유태인 학생들은 육각형 별 표시가 있는 흰 티셔츠를 입고 이 장소를 찾았다. 자신이 유태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한차례 깜박 비가 내린 후 구름 낀 흐린 날씨였다. 유럽에서는 축복받은 날씨! 잔디 위에는 노란색, 자주색 꽃이 피어있고 파란 하늘은 맑게 빛났다. 지금은 평화롭게 느껴지는 이 자리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웠다.



제2수용소는 140헥타르(약 3000평) 정도 크기로 엄청나게 넓었다. 그 누구도 이곳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죽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중노동, 감금, 기아, 사형, 생체실험 등으로 무차별하게 학살당했다.



고압 저류가 흐르는 이중 철조망 내 죽음의 사거리에서 노동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구분하여 중장 노동을 시키거나, 죽임을 당하는 두 가지 길만 있었다.



독일군이 미처 파괴하지 못한 수용소 흔적을 보니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화장실 구조는 개인 프라이버시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영하 38도에 달하는 겨울에는 엉덩이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못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3층 침대에서는 약 30명이 함께 잤는데, 등을 대고 눕지 못하고 책처럼 세로로 꽂혀서 잠을 잤다. 누군가 병에 걸리면 감염되는 것도 너무 쉬운 환경이었다. 자고 일어나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

수용자들은 아침에는 커피 500cc, 점심에는 스튜(멀건 국물), 저녁에는 톱밥이 섞인 빵과 마가렛을 먹었는데 이마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적도 많다고 한다. 12시간 이상 중장 노동하며 뛰어다니는 현장에서 수용자들의 영양 상태가 심각했을 것이다.

가스실에서 한 번에 1,500~2,000명 되는 사람을 죽이는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베를린으로 보내서 옷, 매트릭스 등을 만들었다니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폴란드는 철광석과 석탄 등 자원이 풍부한 축복받은 땅이지만, 이곳 홀로코스트 살인 공장 내 세워진 추모비 주변에는 풀조차 자라지 않는다.

이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인류가 다시는 겪지 않아야 할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여행 코스로 무겁게만 느껴졌지만 돌아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었다.

담담하고 깊게 유럽을 느낄 수 있는 크라쿠프
폴란드의 중세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크라쿠프에서의 시간은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코페르니쿠스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다녔다는 야기엘론스키 대학을 지나 중앙시장 광장에 이르렀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라고 한다. 명문 대학교가 가까이 있어서인지 거리와 광장에는 활기찬 젊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성모승천대축일은 가톨릭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가 선종 후 하나님에 의해 육체와 영혼을 수반하고 하늘나라에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믿음으로 국경일로 지정된 날이다. (8월 15일) 국경일은 가족과 보내기 때문에 도로는 한산했지만,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광장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이제야 유럽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밀맥주 한잔과 슈니첼을 맛보고 직물 회관, 성 마리아 성당, 구시청사 탑 당을 돌며 산책을 했다. 성 베드로 & 바울 교회 앞에서는 바이올린 연주가 울려 퍼져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켰다. 해질 무렵이라 건물 위에 걸친 붉은빛이 아름다웠다.

해가 지고 나니 푸르스름한 저녁이 찾아왔다. 피곤이 몰려와서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우리가 머무는 ibis hotel은 시내 가까이 위치해 있었다. 바벨 성을 지나 비스와 강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아담한 바벨 성과 차분히 반짝이는 비스와 강은 한적해서 산책을 하기에 좋았다. 시끌벅적한 것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크라쿠프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와 닮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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