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소금광산 비엘리치카
폴란드는 한국 관광객이 많지 않고, 한적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조용한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취향이 맞았다. 오, 그런데 소금광산 비엘리치카는 조금 다르다. 우리 팀은 아침 7시 45분으로 예약해서 8시 전에 입장했다. 약 2시간 후에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명 관광지답다. 부지런히 서둘러 아침 일찍 출발하길 백번 잘했다. 대기시간을 줄이고 여유 있게 다닐 수 있었으니...
소금광산을 찾아 계단을 타고 빙글 뱅글 지하로 내려갔다. 계단 맨 아래칸에서 본 숫자가 53인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63 빌딩을 지하로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 돌면서 계단을 내려가니 어지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무서운 기분도 살짝 들었다. 우리는 하루 구경하러 가는 거지만, 일하러 들어가는 광부들은 두려움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실제 광부들은 한번 들어가면 1~3달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지하 광산이 무너지거나 불길이 번지는 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앙심을 더욱 깊어졌다. 지하 110m에 위치한 성 킹가 성당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인간은 희망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소금으로 만든 조각상은 투박한 손길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소금은 경도가 달라 조각이 까다로웠을 텐데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지하동굴에 딱히 할 게 없으니 심심함이 극치에 다른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투박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폴란드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2곳(크라쿠프와 비엘리치카)이 지정되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한다.
광부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길을 잃는 것이었다. 실제로 어둡고 깊은 지하동굴에서 길을 잃고 아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나무 기둥이 흰색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이는 불이난 경우 번지는 시간을 늦추기도 했지만, 출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흰색 기둥이 보이면 안심이 되었을 것 같다.
메탄가스로 연쇄 폭발할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스 제거 선발대로 나선 사람들의 희생에 대하여, 신체 구조로 선봉장 역할을 했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난쟁이의 동상도 보았다. 어디에서나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지...
투어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놀이기구를 타는 듯했다. 수용소처럼 어둡고 좁은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려서 손잡이를 꽉 잡았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바람을 맞으며 빠르게 지상으로 올라왔다. 재미있었다!
점심 전까지 여유가 있어서 커피를 사들고 근처 공원에 갔다. 분홍색 건물에 달린 테라스에 빨간 꽃이 놓여있기도 하고, 간단한 빨래가 널려있기도 했다. 볕이 좋아 더욱 예쁘게 느껴졌다.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여유시간을 즐겼다.
아, 좋다!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나 자신이 더욱 좋아졌다.
폴란드에서 발견한 당근과 감자의 매력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이곳에서 새로이 발견한 맛은 당근과 감자다. 메인 음식을 먹기 전 잘게 채 썬 당근을 애피타이저처럼 먹었는데 달달하니 맛있다. 메인은 감자전이었다. 감자를 동그랗게 부친 후 소스를 입혔는데, 쫀득한 맛이었다. 맛있었지만 물갈이 탓인지 속이 좋지 않아 반 정도 먹고 남겼다.
여행 중 아프다면...
Tip. 약을 빨리 먹는 것이 좋을까, 참아볼까?
혹시 해외여행 중 설사 증상이 있다면 지사제는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여행 중이니까 일단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증상이 멈추면 당연히 지사제도 먹지 말아야 한다.
폴란드에서 헝가리로 가는 버스 안에서...
폴란드에서 헝가리까지 7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니 멀미하는 건지 속이 울렁거린다. 흐흐흑... 몸에 힘을 풀고 멍하니 차창 밖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가이드의 알쓸신잡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헝가리 국경에 다다랐다. 동유럽 여러 국가를 가보는 것이 좋지만 이동이 힘들기도 하다. 물갈이로 속이 좋지 않아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가면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이 잘 안 터진다.
대신 악보를 꺼냈다. ‘그리운 금강산’ 악보다. 다가오는 9월 1일 사회복지시설에서 연주할 곡이다. 여행 전날 레슨을 받으며 바이올린과 맞춰봤는데 정말 멋진 곡이었다. (음과 박자가 잘 맞는다면...! ^^ 헤헤) 무엇보다 첼로가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솔로 파트가 있는데 무조건 크게, 활을 많이 써야 한다. 감정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혼자 연습할 때는 잘 못 느꼈는데, 같이 해보니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래서 여행 틈틈이 악보를 외우고 있다. 팔에 손가락을 대고 움직이며 운지법을 익히는 것이다. 박자에 맞게 손가락이 빨리 안 움직이는 걸 보면서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여야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머리를 써야 뇌기능이 발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손가락도 자꾸 움직여야 한다.
해질 무렵이라 풍경이 붉게 물들고, 마음도 조금 차분해졌다. 힘들어도 멋지다. 이게 여행의 매력인가 보다. 머릿속에 노래를 그리며 풍경을 한음 한음 내 마음에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