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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_ 여행하는 부부, 산책하는 부부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by 이수댁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서 만난 아름다운 노부부

체코 카를로비바리 거리는 고즈넉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어. 카를로비/바리 이렇게 네글자, 두글자로 나눠서 발음해. ‘카를의 온천’이란 뜻이래. 걷다보면 뜨거운 물이 샘솟는 음수대를 발견할 수 있어. 사람들은 작은 도자기 컵을 들고 다니며 온천수를 마시기도 해. 주전자 모양, 원숭이 모양 등 컵 모양이 다양해. 60도 정도 되는 물은 살짝 비린 맛이 나는데도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나서 인기가 좋아. 어딜가나 건강에 좋다고 하면~ 후후

혼자서 걸었어.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이 뜨거워서 모자를 쓰고, 우산을 펴 햇빛을 가렸어. 돌아다니면서 은근히 많이 탔거든. 옷이나 신발 모양 따라 태닝이 되어서 보기에 곱지 않지만 여행의 흔적으로 간직하려해. 계속 사람들과 함께 다니다가 혼자 걸으니까 조용했지만, 그 나름대로 좋았어.

유럽 곳곳을 다니다보면 노부부 커플이 많이 보여.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다니는 노부부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더라. 풍경 사진을 찍다가 다리 위에서 남편이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 카메라의 초점이 건물에서 그 부부에게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지 풍경이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부를 보면서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안해도 괜찮을거란 생각이 들었어. 내가 생각해도 반전이다! 결혼 언제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지만, 좀 늦어지면 어때~ 결혼은 평생 함께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주변 분위기에 떠밀려서 하진 말자, 절대로. 대신 해질 무렵처럼 우리의 인생이 저물어갈 때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두손 놓치지 말자.

같이 산책과 여행을 많이 하는 부부일수록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손 잡고 산책하는 부부, 종종 여행을 하면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부부의 모습을 떠올려봐. 노부부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금 여기,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서 담아갈 수 있어서 참 좋다. 다음엔 꼭 같이 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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