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사랑에 빠지는데 일주일이란 시간은 충분한 것 같아. 어쩌면 그보다 더 짧을지도 모르지.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프라하에 도착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 하루는 길었고, 일주일은 짧았어. 매일 이른 아침에 일과를 시작해 먹고, 보고, 듣고, 걷는 시간이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날들이었어.
짧은 시간 5개국을 여행했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그리고 체코.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오스트리아를 꼽을거야. 어떤 점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길어질지도 몰라. 그리고 결론은 이렇게 끝나겠지. 모든 날, 모든 여행지가 다 좋았어! 실망스럽겠지만 그게 정답일지도 몰라.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정말 좋으면 오히려 표현을 못하겠다고... 많은 여행지 중에 오스트리아에 대한 기록을 못했더라구.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더 어렵게 느껴지나봐. 그래도 여행을 마치면 지금 이 감정이 증발될지도 몰라.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 여주인공이 기억을 잊지 않기 위에 노트에 휘갈겨 적어 내리듯이 나도 부담은 덜고 적어볼까해. 아주 조금만!
유럽 여행을 해보니 이곳은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먼지 쌓인 오래된 서재에 간직한 많은 이야기처럼 거리에 세워진 동상에도, 오래 전 예술가들이 찾던 카페에도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 보따리가 궁금해지더라. 그런 재미를 느낀 대표적인 장소가 쇤부른 궁전이야. 마리아 테레지아와 합스부르크 왕가 이야기, 볼살이 통통한 어린 모차르트 그림에 매료되었어. 돌아가면 관련 책과 그림을 더 찾아볼 예정이야. 재미있을 듯!
이번에는 단체로 와서 미술관, 박물관, 공연 관람을 못했어. 그래서 가장 아쉬운 도시가 빈과 잘츠부르크야. 아쉬운만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커. 일주일, 여유가 된다면 한달 정도 머물면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이번에는 5개국을 다니면서 예습을 했다 생각하고, 다음에 꼭 한번 와야지 다짐했어. 그땐 혼자서도 좋으니 여유있게 어슬렁어슬렁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