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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_환상의 룸메이트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by 이수댁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잠든 가운데 새를 닮은 나

여행을 하면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아니, 왜 이렇게 잘자?


여행 중 어디서든 머리를 대면 잘자는 것도 큰 축복이다. 평소에도 누우면 기절 하듯이 잠드는 편이지만, 여행할 때는 더욱 깊은 수면에 빠지곤 한다. 하루종일 밖에서 돌아다니고 피곤하기 때문이겠지!

이번에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때 이륙 하기도 전에 잠들었다. 체코항공은 종종 출발이 지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조금 먼저 자리에 앉았던 나는 모든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는 사이에 깜박 잠이 든 것이다. 스스로 잠든 것을 의식하지 못해 비행기가 뜨길 눈 감고 기다리고 있다고 착각했다. 한참 지나서 ‘혹시 비행기 고장났냐고, 언제 출발하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멋쩍게 웃었다.

이런 나의 특성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처음보는 분께 환상의 룸메이트로 ‘스카우트’ 되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시는 편이라 다른 사람 잠마저 깨우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셨다고 한다.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니까 중간에 깨더라도 조금 더 편하게 책도 읽고, 화장실도 다녀오실 수 있었다고 한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씻으면 노곤노곤한 상태,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날 하루 일어난 일들과 음식, 그리고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짐을 정리하면서, 부은 발을 거꾸로 올려놓고 의식이 흐려질 때까지 잠꼬대 하듯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먼저 그날 하루의 필름이 끊긴 건 언제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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