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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_여행을 마치며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by 이수댁
함께 여행한 토토로 뒷모습. 아쉬움이 가득해. @프라하공항

여기는 프라하 공항이야.
11시간을 건너온 이곳 유럽에서 8일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서 글을 남겨. 돌이켜보면 지나온 시간이 꿈 같기만 하다.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공항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양치를 했어. 옆에 할머니가 계셨는데 옷에 아주 발랄한 글씨체로 적혀있었어.
‘ENJOY!’
할머니는 거울을 보며 입술에 상큼한 진분홍색 립스틱을 바르셨어. 보기 좋았어.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멋쟁이 할머니 모습이!

하루하루 치열하게 열심히 살든, 어슬렁어슬렁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든 어쨌든 우리는 나이를 먹어. 나도 내년이면... 하하하하!!

지금까지는 늘 ‘열심히’에 가치를 두었어.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스스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거기서 만족을 얻었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지낼까 생각해봐.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자. 그리고 발견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자기 발견을 하는 글쓰기 시간을 많이 가졌거든.
- ‘여행하기 전과 여행 후 달라진 내모습’
- ‘내 인생의 소울푸드’
-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에 대한 글(포토에세이)’
-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인가?’ 등등.


매일 기절 하듯이 잠들어서 주로 이동시간에 스마트폰에 글을 썼어. 5개 국가를 다니느라 이나라에서 저나라로 가는 시간이 길어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지런히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면서 바깥 세상을 구경했어. 여행 중 느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썼고, 그러다보니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더라.

돌아가서도 매일 일상을 여행하듯 살았으면 좋겠다. 가끔씩은 늘 다니는 길이 아닌 다른 골목길로 돌아가보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봐도 좋을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운동 삼아 한 정거장 덜 가거나 더 가서 걸어보기도 하고. 사는 동네에서도 어슬렁 어슬렁 산책을 더 자주 즐겼으면 좋겠어!

여행 속에서 특별하다고 여긴 순간들이 이곳 사람들의 일상이잖아. 꼭 멀리 떠나야만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닐거야.

참, 가끔은 술 마시는걸 즐겨봐. 여행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해도 좋아한다는 걸 눈치 챘거든~ 얼굴 빨개진다고 사양하지 말고, 즐겨봐도 괜찮을 것 같아.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즐기면서 다양한 맥주와 와인을 시도해 보자구! 술을 마시면 여행할 때처럼 마음의 빗장을 풀 수 있잖아. 그 순간을 온전히 즐겨보는거야. 아마 더 잘 웃고, 더 잘 잠들 듯?!

그렇게 내 자신을, 우리 동네를, 다른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간을 더 자주, 많이 가졌으면 해.

마지막으로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 방금 이야기한 ‘자기 발견’의 글을 이어가면 어떨까?
좋아하는 음악, 미술작품, 책, 영화, 사람들과의 대화, 인상깊은 풍경 등에 비친 내 마음을 써보는거야. 여행을 하면서도 이것저것 많이 느끼니까 일상 속 여행과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하면서도 써보자.

흠... 돌아가서 할 일들을 생각하니 기대된다.

그나저나 모든 것을 제치고 가장 먼저 떡볶이가 먹고 싶다. 인천공항에서 내리면 떡볶이 먼저 사먹어야지!!

해외여행의 마무리는 역시나 매콤달콤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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