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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Sep 06. 2018

밀알앙상블과의 첫 만남 : 동공지진, 멘탈붕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꾸벅)

아이스초코 원샷으로 기력 보충!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차르다시(Czardas)...??

우리가 연주할 곡이라고? 이거 실화냐.

밀알앙상블과 첫 연습 후 진이 다 빠져서 아이스 초코를 원샷했다. 벤치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쐬며 체력보충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밀알앙상블과의 첫만남 : 동공지진, 멘탈붕괴


너무 떨렸다. 김어령 첼리스트가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연주하려니...ㅠㅠ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려서 자동으로 비브라토가 될 수 있는 상황이건만, 오히려 비브라토도 함부로 못할 정도로 긴장되었다.

- “틀렸어요. 못해요.”
이런 평을 들으면 어쩌나하고 생각했는데, 김어령 첼리스트는 오히려 부처 미소를 띄어주었다.


처음이니까.


느릿한 말투와 기다려주는 눈빛과 미소가 따뜻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지난주까지 재능봉사단 연주곡 연습하느라 바빴다. 그 후 통합연주회에서 연주할 곡이라고 전달받은 악보가 너무 어려워서 진짜 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감독님의 추진력은 실로 대~단했다. ‘만났으면 뭐라도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첫 시간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쭉 끌고 가셨다. 첫만남이라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의 연주실력을 파악한 후 재선곡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끝낸 후 바로 연습으로 돌진!

어메이징 그레이스 도입 부분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 1번 멜로디로 편곡되었다. 처음부터 시도하기에는 무리인 파트. 큰 고민하지 않고 김어령 첼리스트의 솔로 파트가 되었다. 팀장님과 나는 한 음을 네 박자에 맞춰 반주를 하기로 했다. 주 멜로디는 첼로 여러대가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제대로 연주하는게 백번 낫다. 아직은 넘볼 수 없는 수준이기도 하다. 우리 수준에 맞게 음악감독님께서 편곡을 해주셔서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높은음, 가온음, 낮은음을 오가야하는 악보가 한 눈에 읽히지 않아 동공 지진 사태 발생...

첫곡을 연주하면서 긴장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했다. 조금 적응을 한 탓인지 두번째곡 차르다시는 오히려 쉽게 느껴졌다. 첼로는 멜로디보다 반주 위주로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악보를 살펴보며 감을 잡았으니, 남은 건 오직 하나... 연습 뿐이다!!

많이 선선해진 날씨지만 내 몸은 땀으로 젖었다. 하지만 연습을 끝내기 전 다같이 감사기도를 하면서 진정되었다. 밀알 앙상블은 연습을 마칠 때 항상 이렇게 기도를 한단다. 나도 눈을 감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았다. 감사합니다.


* 오늘의 다짐

1. 김어령 첼리스트는 내 이름을 기억해 주셨다. :) 이렇게 기뻐하면서 아직 다른 연주자 분들 이름을 외우지 못한 걸 반성한다. 연주자 분들 이름을 다 외워서 부르기.

2. 주어진 파트 열심히 연습하기.

3. 감사하기.


앞으로 두달 간 함께할 밀알앙상블 식구들~


만나기 전부터 동네 축구 동호회가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 함께 연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연주해보니 나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총 감독님께 실력 차가 너무 커서 민폐가 되는 건 아닌지 여쭤봤더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김어령 첼리스트는 첼로를 시작한지 20년이 되었다고, 이렇게 하려고 어려서부터 시킨거라고...

‘난 너무 못해...’라고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실력차는 너무도 당연한 일.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으며 노력한 사람과 나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난 세상 가장 나쁜 도둑과 다를 바 없는 심보를 가진거다.

그저 이 상황에 감사하면 되는 것 같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툭, 하고 나오는 음료수처럼 우리가 함께할 곡을 자연스럽게 척척 연주하는 첼리스트가 내 옆에서 연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상 모든 행운을 끌어다 쓰고 있는 기분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많이 배워야겠다.

비록 오늘은 이렇게 날아오는 축구공으로 몇대 얻어 맞거나, 길 가다가 천둥번개 맞은 것처럼 온 멘탈이 흔들렸지만... 차근차근 하다보면 부쩍 성장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으로 맑게 다가오는 밀알앙상블의 연주가 참 감동적이고, 좋다. 이렇게 만나서 참 감사합니다. 우리 앞으로 조금씩, 더 많이 친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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