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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Sep 15. 2018

우리의 연습시간 풍경

밀알앙상블과 두번째 합주 연습 (‘18.09.13)

밀알앙상블과의 두번째 연습시간 (2018.09.13) @포레카


우리의 연습실 풍경을 둘러보면 학창시절 음악실이 떠오른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악기를 들고 자리에 앉아있다.

조용하게 자신의 연주에만 집중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잠시만요, 선생님!”하고 손을 들고 궁금한 건 꼭 확인하고 넘어가는 주관이 뚜렷한 친구도 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지도하시는 감독님은 우리의 담임 선생님이시다. 감독님 앞에서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 “자, 몇째 마디부터~ 천천히~~~”
누군가 불쑥, 선생님 특유의 억양을 흉내낸다.

- “지금 선생님 따라하는거야~?”
- “네~”
생각보다 잘 따라해서 모두들 조용히 웃음이 터졌다. 크크크 깜찍한 장난에 무장해제 되고, 긴장이 풀렸다.

갑자기 연습실 밖으로 나가는 친구도 있다.
- “어디 가세요?”
- “잠시만요, 밖에 나가서 방귀 좀 뀌고 올게요.”
- “네~ 얼른 다녀오세요~!”
나라면 조용히 나가서 방귀를 꼈을텐데, 참 꾸밈 없는 모습이다.


‘그러고보니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도 베란다 가서 방귀를 꼈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끼리는 방귀 얘기 등 원초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키킥대기도 하는데... 처음엔 당황했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장면과 겹쳐지는 순간은 또 하나 있다. 연주를 시작하면 집중력이 뛰어나다.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에서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 진태가 떠오른다.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해 있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들고,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준비~ (씁!)”
김어령 첼리스트가 쓰읍~ 호흡을 들이쉬며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지난주에는 처음 보는 악보 앞에서 눈 앞이 깜깜해졌는데, 이제 박자에 맞춰 따라갈 수 있다. 조금 틀리더라도 꿋꿋하게!


각자 맡은 부분을 연주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아름다운 곡으로 완성된다. 함께 연주를 하면서 합이 맞는 순간에 전율을 느끼는 재미가 짜릿하다. 열심히 연습해서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자극도 받는다.

김어령 첼레스트는 <차르다시> 연주를 마치고 끝나는 동작에서는 짠!하고 만세~하는 것처럼 활을 높이 올려든다. 이 순간 고개는 살짝 뒤로 젖히고, 천장을 바라보며 포즈를 완성한다. 서로 활 방향을 맞추다가 피날레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옆에서 웃음이 터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하셨다. 팀장님 포함해서 첼로 파트 다같이 어령씨 피날레 모습 배워보자고 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말로 다 소통하지 못하더라도,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음악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고, 음악으로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악기에 소리를 담아 감정을 표현하면서 불안한 마음은 차분해지고,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도 풀어낼 수 있다. 음악이 있어 때때로 행복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적어도 불행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 점이 참 감사하다.

이번에도 마지막은 감사기도를 드리며 마쳤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차르다시>를 연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라고 앞으로의 다짐도 잊지 않는다.

‘그렇지, 이렇게 아무 이상 없이 다함께 연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지...’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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