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앙상블과 두번째 합주 연습 (‘18.09.13)
우리의 연습실 풍경을 둘러보면 학창시절 음악실이 떠오른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악기를 들고 자리에 앉아있다.
조용하게 자신의 연주에만 집중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잠시만요, 선생님!”하고 손을 들고 궁금한 건 꼭 확인하고 넘어가는 주관이 뚜렷한 친구도 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지도하시는 감독님은 우리의 담임 선생님이시다. 감독님 앞에서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 “자, 몇째 마디부터~ 천천히~~~”
누군가 불쑥, 선생님 특유의 억양을 흉내낸다.
- “지금 선생님 따라하는거야~?”
- “네~”
생각보다 잘 따라해서 모두들 조용히 웃음이 터졌다. 크크크 깜찍한 장난에 무장해제 되고, 긴장이 풀렸다.
갑자기 연습실 밖으로 나가는 친구도 있다.
- “어디 가세요?”
- “잠시만요, 밖에 나가서 방귀 좀 뀌고 올게요.”
- “네~ 얼른 다녀오세요~!”
나라면 조용히 나가서 방귀를 꼈을텐데, 참 꾸밈 없는 모습이다.
‘그러고보니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도 베란다 가서 방귀를 꼈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끼리는 방귀 얘기 등 원초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키킥대기도 하는데... 처음엔 당황했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장면과 겹쳐지는 순간은 또 하나 있다. 연주를 시작하면 집중력이 뛰어나다.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에서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 진태가 떠오른다.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해 있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들고,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준비~ (씁!)”
김어령 첼리스트가 쓰읍~ 호흡을 들이쉬며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지난주에는 처음 보는 악보 앞에서 눈 앞이 깜깜해졌는데, 이제 박자에 맞춰 따라갈 수 있다. 조금 틀리더라도 꿋꿋하게!
각자 맡은 부분을 연주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아름다운 곡으로 완성된다. 함께 연주를 하면서 합이 맞는 순간에 전율을 느끼는 재미가 짜릿하다. 열심히 연습해서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자극도 받는다.
김어령 첼레스트는 <차르다시> 연주를 마치고 끝나는 동작에서는 짠!하고 만세~하는 것처럼 활을 높이 올려든다. 이 순간 고개는 살짝 뒤로 젖히고, 천장을 바라보며 포즈를 완성한다. 서로 활 방향을 맞추다가 피날레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옆에서 웃음이 터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하셨다. 팀장님 포함해서 첼로 파트 다같이 어령씨 피날레 모습 배워보자고 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말로 다 소통하지 못하더라도,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음악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고, 음악으로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악기에 소리를 담아 감정을 표현하면서 불안한 마음은 차분해지고,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도 풀어낼 수 있다. 음악이 있어 때때로 행복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적어도 불행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 점이 참 감사하다.
이번에도 마지막은 감사기도를 드리며 마쳤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차르다시>를 연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라고 앞으로의 다짐도 잊지 않는다.
‘그렇지, 이렇게 아무 이상 없이 다함께 연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지...’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