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낭만이 가득한 동네에 대한 단상
여기, 인헌초등학교 정문은 매일 아침 지나치는 출근길이다. 걸음을 재촉하다가도 정문 앞에 심어진 나무 아래에서는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춰 서게 된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낙엽이 지는 풍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 계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뜨고, 구름이 흐르는 모습을 옥탑방 고양이처럼 숨죽여 바라보곤 한다.
“어, 누나 낙성대 살아? 나도 낙성대 사는데... 낙성대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준비하기에 좋은 동네인 것 같아.”
‘젊은이’, ‘미래’, ‘준비’...
후배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생이 흘러가듯 한 말이었고, 반갑다며 다음엔 동네에서 보자고 약속했는데... 그 말이 꽤 오래 가슴에 남는다.(그땐 귀여운 멘트라며 속으로 피식, 웃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동네에서 이런 소소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청춘들의 낭만이 가득한 동네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어제는 뜬금없이 너희 회사로 출장 왔다며 연락하더니, 회계사가 되어 양복을 입고 나타난 친구도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던 모습이 코흘리개 시절로 기억될 만큼 시간이 흘러있었다. 잘 됐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겠네, 이렇게 다시 만나 반갑다, 또 보자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시절 같이 공부하던 또 다른 친구도 낙성대 살면서 강남 쪽으로 회사 다니고 있다고 했다.
"뭐? 이젠 동네에서 마음껏 후줄근하게 못 다니겠네."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갑자기 동네 친구가 잔뜩 생긴 것 같아 든든했다. 친구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 먼저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은 어떤 기쁨, 신기함, 반가움 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잠시 했다.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나만의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마치 우리가 학생 시절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고, 무엇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길에 서 있듯 앞으로의 시간은 지금에 달려있다. 그 길이 어느 길이든 행복하기를! 남들이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위치 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한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길 위의 교차점에서 예고 없이 문득 만났을 때 우리 모두 행복한 사람이기를 꿈꾼다.
"요즘 가을 날씨가 참 좋았는데, 이번 주부터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밖이 많이 흐립니다. 바깥 날씨는 쌀쌀하지만 지하철 내부는 환기를 위해 에어컨을 잠시 작동합니다. 지금 시간은 9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퇴근시간보다 많이 늦었는데 오늘 하루도 일하고, 공부하신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집에 가시는 길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하철 2호선 기관장의 따뜻한 인사말이었다. 밤 라디오 진행자 멘트를 뺨치는 감성적인 멘트에 마음이 살짝 뭉클해졌다. '젊은이가, 미래를, 준비하는' 동네, 낙성대를 지나가는 지하철 2호선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