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앙상블과 함께하는 어울림 음악회에 다녀와서
10월 23일(화) 오후 8시, 세라믹 팔레스홀(서울 강남구 일원로 90 밀알학교 내)에서 특별하고 멋진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밀알앙상블과 함께하는 어울림 음악회' 였는데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가 함께 소통하며 감동을 선사한 시간이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 제목이 잘 어울리는 가을밤이었습니다.
※ 여기서 잠깐! 밀알앙상블을 소개합니다.
밀알앙상블은 2010년 6월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통합을 꿈꾸며 시각, 발달, 지적장애인 연주자가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밀알들의 음악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함께 연주하는 비장애인 연주자들에게는 감동과 도전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색다른 풍경을 발견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 분들이 관객으로 많이 찾아주셨어요. ‘왜 지금까지 공연장을 다니면서 장애인 분들을 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거리에서도 장애인을 보는 일도 흔치 않습니다. 그러니 공연장에서 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세라믹 팔레스홀에 들어가 보니 관중석 앞뒤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었습니다. 또한, 계단이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지금까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문화시설을 눈여겨본 적이 없었기에 저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장애인 연주자 분들이 더 많은 연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장애인 관객 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 위로 밀알앙상블이 등장했습니다.
연습 때 편한 복장으로만 보다가 검은색 정장을 빼 입으니까 더욱 멋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옷이 날개라더니~)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싶은 반가운 마음을 박수로 대신하며 연주를 기다렸어요.
이번 음악회에서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사회자 옆에 수어 통역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수어 통역을 한다는 것은 청각 장애인 분들도 음악회에 오셨다는 의미였습니다. 귀로 듣지 못해도 느낌으로 받아들이시는 걸까요?
수어 통역사가 손을 반짝반짝 흔드는 모습은 박수를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수를 치고, 손을 반짝반짝 흔드니 첫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곡이 연주되었는데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상 1
[밀알 앙상블]
아름다운 세상과 (C. Kocher), 사랑의 인사 (E. Elgar), 헝가리 무곡 (J.Brahms)
[이남현(바리톤, 바퀴 달린 성악가)]
시간에 기대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Sweet Friends]
고향의 봄, 야곱의 축복
INTERMISSION
영상 2
[밀알앙상블 with 라퓨즈 플레이어즈 그룹]
차르다스 (V.Monti), 고독 (조성은), 쥬 뜨 브 Je te veux (E.Satie), 어메이징 그레이스 (J.Newton),
아리랑 (편곡 우효원)
어쩜 저렇게 화음을 잘 맞출까.
듣고 있으니까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
사무실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주시는 이모님께서 음악회를 다 보시고 남겨주신 소감입니다.
포스코 매직 예술봉사단과 통합 연주회를 함께 준비하면서 가까워졌고, 무엇보다 이번 음악회에서 저희와 연주하는 곡을 모두 연주한다고 해서 들어보기 위해 갔는데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외국인이나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없는 장애인이라도 음악으로 훨씬 더 깊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취미로 첼로 연주를 하다 보니 다양한 악기 중에서도 첼로 파트에 눈이 가곤 합니다. 라퓨즈 플레이어즈 그룹의 첼로 수석 어철민 선생님께서 함께 연주하는 첼리스트 김어령 님은 물론 다른 파트와 따뜻한 눈 맞춤과 미소로 호흡하며 연주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더불어 합주를 할 때 그 어떤 악기든 자랑도, 교만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더 잘났어!" "내가 더 좋은 소리를 내."하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파트를 최선을 다해 연주하면 그 소리가 어우러져 멋진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콘트라베이스와 비올라 특유의 매력을 깨달았습니다. 두 악기가 음악을 훨씬 더 풍성하게 해 주더라고요.
우리 사회도 이와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 존중하고, 어우러질 때 통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밀알앙상블은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악가가 된 바퀴 달린 성악가 이남현 선생님의 무대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몇 년 동안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 없어 음악회에 참여하지 못했던 Sweet Friends 친구들이 김희연 예술감독님의 지도 하에 무대에 선 모습도 감동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음악회는 엄숙하기보다 원한다면 손뼉 치고, 환호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혹시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고, 기쁨과 감동을 큰 박수와 함성으로 보답하는 멋진 관객들만 있었습니다. 뜨거운 앙코르 요청으로 준비된 앙코르곡 외에 이미 연주한 쥬 뜨 브(Je te veux)를 한번 더 연주하고 난 후에야 음악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처럼 가을밤을 충만하게 채워준 멋진 공연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습니다. 지금 남기는 후기가 작은 씨앗이 되어 다음번 공연에는 관중석이 꽉꽉 차서 더욱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밀알앙상블과 게스트를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에 꼭 함께해 주실 거죠? ^^
뛰어난 실력이 있어도 선입견 때문에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은 장애 예술가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어도 쉽지 않았던 장애 관객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이 더 많이 기획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