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롱드무지끄 ‘거실 속 콘서트’에 다녀와서
요즘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읽고 있어. 키워드를 보면서 나의 생활과 접목해보는 재미가 있더라고.
워라밸, 소확행, 가심비, 컨셉 연출 등...
요즘은 회사에서 야근을 지양하는 분위기야.
퇴근 후에도 남아있으면 '왜 늦니? 동료들과 업무 분담이 제대로 되었니?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있니?'라는 질문을 받게 돼.
예전에는 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이 눈치 보였어. 그런데 요즘은 업무 외 시간에 근무하는 것이 눈치가 보여. 확실히 업무시간에 더 집중하게 되고, 저녁시간을 내 시간으로 활용하게 된 것 같아.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중요도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충전하는 저녁 시간을 통해 다음날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도 하고.
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중 하나는 클래식 콘서트 관람이야. 퇴근 후 즐기는 음악은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주곤 해. 5천 원짜리 고무줄을 두고 살까, 말까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콘서트에는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다니곤 해. 충동적인 소비를 줄이고, 내가 진짜 행복해지는 일에 투자하는 거야.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작은 식당이나, 음악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를 가는 게 좋아. 이번 음악회는 하우스 콘서트보다 더 작은, '거실 속 콘서트'가 컨셉이었어. 보통 유럽에서는 책방 콘서트 같은 하우스 콘서트가, 미국에서는 그 보다 더 작은 공간에서 콘서트를 진행한다고 해.
팔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연주하는 게 연주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 같아. 하지만 관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연주자뿐만 아니라 관객도 그 날의 콘서트를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콘서트의 열기를 더해주니까.
2월 11일 월요일 저녁 8시, 부암동에 위치한 쌀롱드무지끄에서 <Cello Abend> 콘서트가 있었어.
송영민 피아니스트, 홍진호 첼리스트의 콤비와 브로맨스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
쌀롱드무지끄는 ‘거실 속 콘서트’를 통해 음악가들과 관객을 연결하는 공간이야. 새하얀 벽과 천장, 수납대는 무언가로 채워지기보다 비어있었어. 깔끔한 공간에는 안락한 의자와 식물이 놓여있었고, 피아노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어. 아담한 공간이 우리 집 거실인 양 편안한 느낌을 주었어. 난 이런 공간이 좋아. 어떤 모습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공간. 그날,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분위기를 만드는 공간.
총 3곡이 연주되었고,
- Marin marais(마렝 마레) 'La folia(라 폴리아)'
- Felix Mendelssohn(멘델스존) 'cello sonata no.2 op.58(첼로 소나타 no.2 op.58)'
- Astor Piazzolla(아스트로 피아졸라) 'Le Grantango(그랜드 탱고)'
(준비된^^) 앵콜곡 'Avemaria(아베마리아)'가 이어졌어.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겁먹지 않아도 돼. 그냥 편안한 자세로 들어봐. 쓸쓸함, 슬픔, 평온함,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이 전해질 거야. 꾸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봐. 음악에 담긴 작곡가의 인생과,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 배경지식이 풍부하면 좋겠지만,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서서히 알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마렝 마레의 라 폴리아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도 나왔다고 하는데, 주말에 한번 찾아보려고.
멘델스존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서 음악에서도 여유와 평화, 행복이 많이 느껴진다고 해. 멘델스존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탱고'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피아졸라는 어렸을 때부터 반도네온을 연주했대. 탱고보다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 비치길 원했지만 스승 나디아 블랑제가 피아졸라의 재능을 발견하고 탱고에 전력투구할 것을 권했다고 해.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그랜드 탱고’는 여러 번 들어도 새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어.
송영민 피아니스트가 들려준 음악에 대한 여러 이어기들을 김주영 작가의 '클래식 수업', 나디아 블랑제의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블랑제'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알아보려고. 처음에는 기억하기 힘든 음악가들의 이름과 이야기가 점점 귀에 들려오기 시작해서 더욱 신이 나는 요즘이야.
15명 정도의 관객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 와인 한 잔을 홀짝이며 즐긴 콘서트는 월요일 밤을 근사하게 만들어줬어. 등 뒤의 난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악기와 하나가 된 듯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두 음악가의 음악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줬어. 와인 몇 모금 마셨을 뿐인데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민망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어.
서로를 마음이 맞는 파트너라고 하셨는데, 마지막에 두 손 꼭 잡고 인사하면서 콘서트는 마무리되었어. 그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박수로 화답했어.
부암동 살롱드무지끄까지 회사에서 1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작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야.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니 색다른 느낌이었어. 다음에는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과 인왕산 풍광도 여유롭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가까운 곳으로 한 뼘 여행을 떠나는거야!
같이 즐길래?
퇴근 후 콘서트 한 잔.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