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일상이 궁금한가요?

<바닷마을 책방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by 이수댁
전주의 책방 토닥토닥에서 만난 책 <바닷마을 책방 이야기>


전주 남부시장 안 청년몰에는 책방 토닥토닥이라는 작은 독립서점이 있다. 지난 주말 전주 여행길에 책방에 들러 구경하다가 치앙마이래빗의 <바닷마을 책방 이야기>라는 만화책을 발견했다. 보물 찾기를 하듯 재미있는 책을 손에 드는 기쁨은 동네책방을 찾는 이유이다. 단짠단짠처럼 중독성이 강한 맛 같다.

저자의 별명 치앙마이래빗은 태국 치앙마이를 너무 좋아해서 '치앙마이로 토꼈다'는 의미로 지은 거라고 한다. 덕분에 치앙마이가 늘 곁에 있는 기분이라고 하니 멋진 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중간중간 바닷마을 책방의 신입 책방지기 '열매'의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작은 만화책 안에 내가 꿈꾸는 모습이 가득 담겨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설레었다. 앞으로 가 닿고자 하는 모습이 팔딱팔딱 뛰어노는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적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 알짬 마을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중국어를 전공해서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더 나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애쓰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후 대학생이 되었을 때 도서관 관장님께서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를 소개해주셨다. 더 나은 마을과 사회를 상상하며 사람들과 모여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모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이 즐거웠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일이 점점 실현되는 과정이 보람차고, 기뻤다. 돌이켜보면 지금 기업시민활동, 기업의 사회공헌 업무에 관심을 갖게 된 작은 씨앗이 된 시간인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살 때 책방 토닥토닥의 책방지기님이 오늘 첫 개시라며 기뻐하셨다. 밤 9시 반 정도였으니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팔린 책이 아닐까? '책방지기가 되면 때론 이렇게 오랫동안 첫 개시를 기다려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지기님의 얼굴이 너무나 편안하고, 건강해 보였다. 어떤 마음을 가지면 저런 표정이 나올까 궁금해질 정도로 평안한 얼굴이었다.


책을 읽으며 미래에 신입 책방지기 안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안지'는 친한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친근한 별명이다. 우직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이웃과 함께 재능을 나누며 어우러져 사는 숲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꿈이 현실이 된다면 그 안에서 무척 바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이 나는 기분 좋은 공간이면 좋겠다.


p29. 저는 상대를 별명으로 부르는 게 더 즐거워요. 특히 좋은 의미와 응원을 담아 불러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축복이죠.

p41. 이런 책방이 있다면 어떨까요? 빽빽한 책장 사이에 비밀 문이 있어요. 그 문을 열면 좁은 층계가 나오고 위로 올라가면 비밀 다락방이 있는 거예요. 그런 곳에서 하룻밤 잘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한밤중 책방에 혼자 남아 이 책 저 책을 볼 수 있다면? 책을 읽다 잠들었는데 책 속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면? 책 속 괴물이 튀어나와 마을에 난리가 난다면? 상상만으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p47. 전국 곳곳에 자리한 작은 책방의 수만큼 저마다의 포스를 가진 개성 있는 책방지기가 많답니다. 여행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눠 주는 책방, 어둠이 내리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가 새벽이 다가올 때 문을 닫는 책방, 세계 곳곳에서 모은 보물 같은 책들을 보여 주는 책방.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방지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p97. 홀로 잘되는 게 아니라 함께 잘되고, 홀로 버티는 게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자꾸 밀어내고 혼자 지내는 것보다 힘들어도 다시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p108. 사람의 마을에는 책들이 쌓여 있는 동네책방이 있어야 합니다. 오직 우리 동네 만이 가질 수 있는 색채와 생각을 담은 책방이 여러분의 사랑방이 되고, 서재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p109. 좋은 생각을 담은 책을 함께 읽고 목표를 다잡는 공동체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읽고 생각과 행동의 힘을 길러 가는 공간이 바로 동네 책방이면 좋겠습니다.

p115. 고수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애정과 재능에 노력을 더하는 거겠죠? 하지만 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p121. 몇 년 전 제가 어쩌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경험하고 고민한 적이 있어요. 그때 몇몇 친구들과 2년간 책모임을 했습니다. 아쉽게도 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했지만, 그 주제를 담은 좋은 책을 매개로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의 노선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걸 다시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p125. <피자를 구워 주는 피아노 선생님>이란 책이 있어요. 집안 곳곳에 피아노를 두고 아이들이 놀러 와 피아노를 치게 해 주죠. 선생님은 피자만 구워 줘요. 제 꿈이 그런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곳곳에 책들을 두고 아이들이 놀게 하죠. 전 피자 대신 김치찌개를 끓이지만요.

p126. 책으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건 정말 신기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책방지기는 책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죠.

p127. 그 책방지기가 제게 해 준 조언은 '책을 혼자 읽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격려하라는 뜻이었죠. 자꾸만 개인 단위로 끊어져 나가는 세상에서 책으로 만나고, 이어져 보라고. 그렇게 책 속 인물을 이해하 듯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p130.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p131. 다른 한 곳은 부산의 '책과 아이들'이에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감동으로 살짝 눈물이 날 뻔했어요. 이곳에서 <투명한 아이>라는 연극을 관람했는데 강아지 역을 맡은 제일 어린아이가 아주 열연을 했답니다. 넓은 터에 아이들이 뛰어놀며 책을 읽고, 친구를 사귀고, 세상을 탐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자리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품어 주고, 사람들을 이어 주는 책방지기 부부를 만났지요. 이 일을 위해 20년 넘게 온 시간과 마음으로 헌신했다는 말에 정말 존경심이 일었습니다. 말이 20년이지 하루하루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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