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넥서스 리조트 즐기기, 반딧불 투어
#아침 #산책 #골프장 #바다 #먹구름 #수영 #파도
평소처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동생을 제외하고 다들 마찬가지여서 가족들과 산책을 다녀왔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숙소 주변을 돌아보니 큰 골프장이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제초 작업하시는 분들 외에는 우리 가족뿐이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걷고,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누렸다.
넥서스 리조트에서 두 번째 맞이하는 아침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리조트의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첫째, 리조트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 물놀이를 하거나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단, 날씨와 파도가 변화무쌍하기 늘 안전 유의해야 한다.
둘째, 리조트 내에 골프장뿐만 아니라 농구장, 수영장, 테니스장, 스쿼시장 등 운동 시설이 많다.
셋째, 아침과 저녁 식사 모두 맛있다. 특히 저녁때 먹은 바비큐 꼬치 맛은 생각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된다.
단점은 방음이 잘 안 되는 점과 배수시설이 좋지 않아 샤워를 하고 나면 화장실이 미끄럽다는 점이다.
그래도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
산책할 때 바다 저 멀리서 먹구름이 크게 몰려와서 한바탕 비가 쏟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조금 쉬다가 수영장으로 놀러 나갔다. 교양 과목으로 수영을 배운 동생이 수영장 바닥까지 잠수하는 법과 자유형을 하면서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버지께서도 자유형을 해보겠다며 보여주셨는데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대는 모습 같아서 가족들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언니는 타지 않으려고 스카프를 얼굴에 두르고 물안경을 끼고 돌아다녔다. 비키니 입고 물속에서 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아가씨들도 있던데,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코미디였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작은 순간들 속에서 서로의 색다른 모습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게 참 좋다.
잠시 쉬면서 리조트의 다른 쪽도 가보려고 산책을 하다가 왕 도마뱀 세 마리와 마주쳤다. 분수 옆 낮은 언덕에서 일광욕을 즐기듯 몸을 축 늘어뜨리고 쉬고 있었다. 흡사 요가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생을 크게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영재야~ 이리로 와봐. 지금 당장~~~~”
아침 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물속을 헤엄치는 큰 도마뱀을 발견했다. 막내가 도마뱀을 꼭 보고 싶어 했었는데 늦잠을 자서 혼자만 못 봤다. 그런데 여기 큰 도마뱀이 세 마리나 있다니!
“여기 세 마리나 있다고!!”
언니와 동생이 동시에 달려와 함께 구경했다. 다른 곳에서 왕 도마뱀을 마주쳤다면 기절초풍하고 도망갔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사는 도마뱀은 얼마나 큰지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다리 길이 정도에 덩치도 컸다. 날름거리는 혀와 꼬리 모두 길었다. 사람이 괴롭히면 꼬리로 세게 때린다고 했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온순하고 착한 아이였다.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마뱀과 기념 촬영을 하고 동생과 함께 바다로 갔다. 따끈한 모래를 지나 파도를 타고 놀았다. 워터파크의 인조 파도가 아닌 진짜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둥둥 떠다녔다. 소금과 모래로 뒤범벅되어도 재밌었다. 이럴 땐 동생이랑 짝짜꿍이 잘 맞는다. 언니는 먼저 숙소에, 부모님은 수영장에 계실 때 우리 둘은 파도를 가르며 헤엄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오기 직전 한국인 관광객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소식을 들으니까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하늘과 파도가 변화무쌍하니 여행 중에는 안전, 또 안전에 유의해야겠다.
#빈술룩 #반딧불 #반짝반짝
코가 긴 원숭이들이 사는 맹그로브 숲은 청정지역이라 모기가 아닌 반딧불이 많이 살고 있다. 시내에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가 빈술룩 지역에서 보트를 탔다. 구름 덮인 흐린 하늘로 온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장관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만나는 야생 원숭이와 물소, 제비들이 정신을 쏙 빼갔다. 해가 지고 나면 주변은 어둡고, 가로등 하나 없는 이곳에 수상가옥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시작 전 아이가 폴짝폴짝 뛰면서 반딧불을 잡는 영상 속 한 장면처럼 맹그로브 숲에서는 반딧불을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부모님 세대에는 어렸을 때 가로등 없이, 반딧불이 밤을 환하게 밝혀주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자주 보았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가 크게 작용해서일까? 반딧불 투어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크셨다.
날이 어두워지고 강물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갈수록 반딧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트리 전등처럼 나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가이드가 손전등으로 유인하자 하나둘씩 우리 쪽으로 날아들었다. 깜박깜박 손전등으로 밝은 빛을 내니 암컷인 줄 알고 수컷들이 몰려드는 거라고 했다. 반딧불이 다가오자 엄마께서 손으로 살짝 잡으셨다. 역시 어렸을 적 반딧불이를 다뤄본 실력을 발휘하시는 것 같다. 보트 안에서 가장 먼저 반딧불을 잡았다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반딧불을 처음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엄마께서는 무슨 소원을 비셨을까?
반딧불이 동생 코에 붙은 채 깜박거려 루돌프 코가 되기도 했다. 같이 보트에 탄 아이도 공기 하듯이 반딧불을 살짝 잡았다 놓아주었다. 어른, 아이 모두가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반딧불 투어를 할 때는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두었다. 사진에 잘 안 잡혀서 찍어도 소용이 없고, 모두가 스마트폰 불빛을 밝히고 있으면 우리 쪽으로 반딧불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맹그로브 숲의 공기와 바람을 느끼기 위해 집중했다.
“마리마리(“이리 오세요~”라는 뜻의 말레이시아어)라고 부르면 다가오는 반딧불 모습을 눈으로 담고, 마음에 저장했다. 때때로 떠올려보며 추억할 수 있기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껴보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