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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15. 2017

푸르른 4월, 마르쉐에서 즐기는 봄소풍 어떠세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을 소개합니다.

꽃 피고

꽃 지는 것 모르고


비 뿌리고

장마지는 것도 모르고


투명한 어항 속에 비치는

캄캄한 심해


술취한 고래처럼

이따금 푸우 푸-우

하늘을 솟구쳐 올랐다가


바람 불고

낙엽 지는 것 모르고


눈꽃 피고

얼음 풀리는 소리 듣지 못하고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

밤 기차는


송종찬 시인의 「회사」라는 시입니다.


살포시 내리는 봄비와 함께 벚꽃 잎들도 꽃비가 되어 내리고 있습니다.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꽃들이 지는 모습을 보니 "아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이렇게 아름다운 봄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봄꽃과 어울리는 휘파람 소리 내어보는 여유를 잊은채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매일 아침 눈 뜨면 달려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업무 속에 파묻혀 지내지만, 주말만큼은 온전히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찾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마르쉐@

마르쉐@는 시장이란 뜻의 프랑스말 마르쉐에 전치사 at(@)와 시장이 열리는 장소 이름을 붙여서 어디에서 열리는 시장인지 나타냅니다.


지난 4월 8일 혜화에서 열린 마르쉐@혜화를 찾아가보았습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서 마로니에공원 예술가의 집 일대에 도착하니 마르쉐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천이 봄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축제와 같은 분위기의 장터가 열린다니 기대감으로 마음이 한껏 부풀어올랐습니다.


마르쉐@ 소통과 나눔이 있는 공간

2012년 10월 첫 장을 연 마르쉐는 돈과 물건 교환만 있는 시장 대신 사람 사이 관계가 있는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농산물을 직접 기르고 보살피는 생산자와 건강한 식재료와 먹거리, 생활소품을 사러 온 손님들이 서로 눈 맞추고 묻고 대답하며 소통하는 시장의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마르쉐 출전팀은 씨 뿌리고 물 주고 거두어 직접 기른 농작물을 들고 달려온 도시형 농부들, 신선한 식재료로 맛깔난 음식 정성껏 준비해 건네는 요리사와 생활의 즐거움과 우아함을 더할 수 있도록 기품있는 물건들을 만드는 수공예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터는 11시부터 16시까지 열립니다. 10시 반이 넘으면 기웃기웃 장터를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인기 많은 품목을 사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합니다. 장터 준비는 다 된것 같은데 지금은 '마르쉐 타임'이니 11시부터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하네요!

'마르쉐 타임?'

10시 반부터 11시까지는 출전팀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습니다. 마르쉐 타임 뿐만 아니라 출점팀은 매번 장터를 마친 후 뒷풀이를 갖는다고 하는데요! 서로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들과 농산물들을 십시일반 모으면 한 상 풍요롭게 차려집니다. 서로 가져온 음식을 나누며 당일 장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따뜻한 시간을 갖습니다.  


여기서 잠깐, 출전팀 중 '마음은 콩밭'의 주인장인 엄마와 딸 인터뷰를 해보았는데요. 함께 들어볼까요?

마르쉐@ 출전팀 '마음은 콩밭' 이야기

Q. '마음은 콩밭'이라는 이름이 재미있게 느껴지는데 어떤 의미로 지으셨나요?

A. 부암동에서 소박하게 운영하는 카페 이름입니다. 엄마의 누드 드로잉 전시회 이름이기도 했는데요. 누드 드로잉 멤버 중에 한 분이 슈퍼를 운영하셨는데 누드 드로잉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일터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저희 카페가 마음이 콩밭인 사람들의 아지트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브랜드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요.


Q. 마르쉐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A. 처음에는 마르쉐에 우연히 손님으로 왔는데 좋은 상품이 많고 판매하시는 분들도 좋더라구요! 그래서 운영을 하는 마르쉐 친구들에게 연락해 판매자로 등록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마르쉐의 어떤점이 마음에 드시나요?

A. 백화점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예요. 마르쉐에서는 만나는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출전팀과도 소통하며 관계를 맺고 있지요. 뒷풀이할 때 음식을 나누는 것도 좋구요! 관계가 맺어지다보니 이곳에서 산 물건을 더욱 아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Q. 많은 손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A. 마르쉐에서 사과를 파시는 분이 저희의 단골손님이기도 해요. 저희 홈페이지에서 사고싶은 제품을 미리 찜해서 장이 설때면 늘 찾아오세요.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출전팀은 평소 쇼핑할 기회가 없으니까 마르쉐에 왔을 때 쇼핑을 하세요. 손님들께서 스카프와 치마 등 특별한 날에 기분내기 좋은 물건을 많이 사가시는데, 엄마와 딸이 같이 하다보니 나이드신 분과 어린 분들에게 모두 어필이 가능한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엄마와 딸이 함께 찾아오시기도 하더라구요!


Q. 혹시 마르쉐에 참여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으신가요?

A. 아쉬운 점이 있다기 보다 오히려 아쉬운 점에 대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출점자에게 창구가 열려있고, 건의사항을 받아들이고 개선해주시는 점이 정말 특별합니다. 마르쉐 친구들, 출점자, 서포터즈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다른 유통기관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르쉐에 출점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출전팀끼리 서로 맛있는 음식을 주고 받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마켓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충전을 하고, 재미있게 판매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마르쉐를 구경하기 위해 장시간에 거쳐 먼 곳에서 오셨다는 손님 분과도 만나보았습니다.

마르쉐@ 손님 최현정 여성농업인센터장님 이야기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으세요?

A. 전라북도 임실에서 여성농업인센터 대표를 맡고있는 최현정입니다.


Q. 정말 멀리서 오셨네요! 마르쉐를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A. 센터에서 토종종자 지킴이로서 책자를 만들어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토종종자를 지켜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새벽부터 서둘러 왔습니다. 오는데 4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Q. 다른 시장과 차별화 된 마르쉐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A. 시장을 둘러보며 예쁘게 소포장 하는 등 농산물을 상품화 시키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는 농사를 지어서 조금씩 바로 파는 것이 보통인데, 도시 농부들은 가공하고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임실의 농사꾼으로서 도시 농부들은 역시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굉장히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출전팀들이 씨앗을 소포장해서 나누는 모습을 보니 종자의 소중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가치가 느껴졌습니다.

마르쉐에 찾아오니 따뜻한 봄볕도 느껴지고,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지내다보면 무더운 여름에 땀 흘리지 않고, 매서운 겨울 바람도 담요 한 장 덮으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감사하기도 하지만, 해 뜨기 전에 출근하고 해 지고 퇴근하다 보면 계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한 해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온 몸으로 계절을 느껴볼 수 있는 마르쉐에 앞으로도 자주 놀러가고 싶답니다.

여러분께서도 연인, 친구와 함께 또는 가족 단위로 마르쉐를 찾아와 신선한 재료로 만든 먹거리를 즐기며 장을 보는 모습이 행복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일회용품 대신 장바구니와 개인 식기를 사용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장,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즈의 고마운 손길로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 마르쉐에 오셔서 농부가 이야기 해주는 먹거리 이야기를 듣고 장도 보면서 활기를 덤으로 얻어가시는 건 어떠세요?

다음 장인 마르쉐@성수는 4월 22일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http://blog.naver.com/marcheat/2209831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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