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팔과 옆구리 사이에는 물 2병, 한 손에는 과일팩과 스마트폰을 들고 기다린다. 잠시 후, 따뜻한 시나몬 티와 카푸치노가 나온다. -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가지? 여긴 캐리어는커녕 커피잔 뚜껑도 없구나...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쓰고 있노라니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다가와주셨다. - "남편이 몸살 기운이 있어서 아침을 못 먹었어요. 챙겨주고 싶은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봐요."
손이 모자라 과일팩을 놓고 가려고 하니 할머니께서 같이 들고 가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러다 점원이 사용한 작은 비닐봉지를 건네주었고, 그 안에 과일팩과 스마트폰을 담을 수 있었다. 그제야 빈 손으로 음료 두 잔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니 도와준 게 없다며 손사래를 치신다.그리고 함께 걸어가면서 말씀하셨다. - "That's life. Taking care of each other... If my husband was sick, I would do that for him. And if you are sick, your husband will do that for you."(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거지. 만약에 내 남편이 아팠다면 나도 너처럼 했을 거야. 그리고 만약에 네가 아프다면 네 남편도 너를 챙겨줄 거고.)
맞다. 내가 아팠다면 남편도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줬을 거다. 조용히 널어놓은 빨래도 개 주고, 따뜻한 차도 한잔 가져다주고...
결혼 준비하느라, 신혼여행 다니느라 많이 힘들었나 보다.
낮에 바지런히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밤에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드는 나에 비해 남편은 얕은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깬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깨고, 중간에 꼭 쉼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랑 다니면서 본인 패턴대로 충분히 쉬지 못한 것 같다. 어젯밤에도 루프탑 바에서 졸았는데... 아침에 수영할 때도 추워했던 걸 보면 몸살 기운이 살짝 생긴 것 같다.
나는 깨어있는 동안 가만히 있지를 않고 무언가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내 모습을 조금 더 내려놓고자 한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어도 충분하다.
방 안 침대에서 바라보는 캐리비안 베이... 파랗게, 또 하얗게 빛나는 바다와 파도 소리를 마음속에 가득 담아본다. 이토록 평화로운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했던 휴식의 시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