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대학생 때 처음 만났다. 학교에서 토스트마스터즈를 만들어서 운영할 때 게스트로 왔었다. 교양 과목으로 들은 영어회화 수업에서 리처드가 영어 스피치 동아리가 있다고 소개해주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전공 특성상 종일 수업이 있고, 바빠서 동아리 모임에는 몇 번 나오지 못했다.
몇 년 후, 각자 취업을 한 뒤 연락이 닿았다. 회사 선배가 주변에 소개팅해달라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남자 친구 사귀기 어려울 거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지금의 남자 친구에게 용기 내어 소개팅을 해달라고 부탁하다가 오랜만에 리처드랑 셋이 같이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만나기로 한날, 리처드는 나오지 못했고 단 둘이 만나게 되었다. 둘 다 취업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주로 사회생활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던 것 같다.
재밌는 건 근처에 영화관이 있었는데, '7번 방의 선물' 포스터를 보고 둘 다 보고 싶어 했다. 상영시간이 다 되어 표를 끊으려니 매진이었는데, 영화관 앞에 사정상 영화를 못 보게 되었다며 2장의 표를 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흔치 않은 경우라 '막상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지만 빈자리가 두 개 있었다. 워낙 감동적이고 재밌는 스토리라 울다 웃으며 영화를 보았다. 그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 같이 강연도 다니고, 서울 이곳저곳을 여행하다가 부부로 발전했다. 참, 사람의 인연이란...
처음 알게 되고, 다시 만나게 된 계기에 리처드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신혼여행으로 뉴욕을 갔을 때 리처드와 꼭 만나고 싶었다. 뉴욕에서 일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보스턴에서 지낸다고 한다. 차로 4시간 거리인데 우리를 만나기 위해 와 줬다. 반가웠고, 덕분에 우리가 연결되었다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짧고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한번 리처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다음에 또 놀러 올게. 보스턴에서도 한번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