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주말

by 이수댁


일요일에 가족들이 신혼집에 오셨다. 원래는 우리가 대전에 가서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부모님께서 우리를 배려해서 서울로 와주셨다. 신혼여행 다음날인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집에 오면 초저녁부터 기절하듯 잠들었기 때문이다. 시차 적응과 여독을 푸는 과정이었다. 또한, 한복 등 결혼식을 마치고 부모님 댁에 두고 온 짐들이 있어 가져다주시기로 했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엄마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반찬을 만들어 오셨다. 우리에게는 과일만 준비해두라고 하셨다. 새 식구 들어온 후 처음 보는 자리니까 장모님 음식을 맛 보여주시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엄마께도 역할 하나가 더 생겼다. 누군가의 딸, 누나, 언니, 동생, 엄마, 며느리, 미니 백화점 사장님, 거기에 장모님이라는 역할까지... 펜션으로 놀러오시 듯 밥과 반찬을 모두 준비해오신다고 하니 감사하고, 또 죄송하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시자마자 잡채, 갈비, 꽃게탕, 김치, 젓갈, 멸치, 진미채 등 각종 음식으로 한상 가득 차려졌다. 우리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장모님은 위대하다. 밥을 먹다 보니 신혼집에서 이렇게 국과 반찬을 다 갖추고 먹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한건 야채를 썰어 볶거나, 고기를 굽는 등 간단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엄마께서 싸주신 반찬을 시작으로 앞으로 밥 다운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에 현충원이 있어서 식사 후 둘레길을 따라 현충원까지 산책을 갔다. 작은할아버지 묘가 현충원에 있는데 우리 집에서 정말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부모님과 남편이 앞에서 걷고 우리 삼 남매가 뒤에서 걸었다. 동생은 매형 구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구해주긴... 알아서 잘하는 걸. 후훗.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후 대전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드시라고 뻥튀기와 마카롱, 커피와 물 등을 집 앞 시장에서 사다 드렸다. 가족들이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혼자 살 때는 이렇게 다섯 식구 모두 서울로 올라오는 일이 정말 드물었는데... 가족들이 탄 차가 출발하고 우리 부부만 남겨지니 부모님을 떠나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 뻥튀기 트럭에 들러서 우리가 먹을 뻥튀기도 샀다. 좀 전에 가족들 주려고 살 때 맛본 뻥튀기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뻥튀기가 이렇게 맛있다니! 손에 뻥튀기를 하나씩 들고 맛있게 먹으며 집으로 가는 길에 소소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작은 거 하나에도 행복감이 밀려오고... 이런 게 신혼인가 보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도 같이 분리수거하러 나갈 때 등 소소한 걸 같이 하는 순간이 좋다고 말해서 공감이 갔다.



가족들이 배려해준 덕분에 한숨 자고, 저녁에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보았다. 책이 아닌 영화로 보니 김지영의 친정 엄마가 김지영이 빙의된 모습을 보고 집에서 울부짖는 장면이 가장 마음 아팠다. 점심에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밥을 든든히 먹고, 온종일 가족들의 사랑과 배려를 느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출산과 육아에 대해 앞으로 부부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준비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행복했던 주말이 조용히 저물어갔다.


가족들이 돌아간 후 풍성해진 우리집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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