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드문 밤이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평소에 누우면 바로 잠들곤 하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일까?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마음속을 뒤져본다.
그렇다.
미처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지난 보름 동안 소용돌이처럼 다가온 변화들.
새해 첫 출근일부터 같은 부서지만,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입사 후 약 7년 동안은 부서가 바뀌어도 업무는 그대로였다. 애정을 갖고 있는 업무였기 때문에 어디서든 잘하자는 마음이 늘 앞섰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장기보직자로서 업무 순환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인수인계를 하고 나니 예상치 못하게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컸다.
늘 책임감을 가지고 해오던 업무였고, 최선을 다해왔다. 새로운 경험도 쌓으며 한발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큰 미련은 없었다.
새로운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주변에서 나에게 잘 맞고, 잘할 수 있는 일 같다고 했고, 실제로 그랬다. 앞으로 어떤 일을 펼쳐나갈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을 테고, 모두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다.
다른 일을 해보며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나의 강점은 아는 것을 쉽고, 부드럽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많다.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고민을 하는 것 같아도 일하며 배우고, 몸에 익힌 것들이 모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른 일에서 느낀 흥미였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고집해왔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느꼈다. 해보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었다.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하나씩 적응해가던 4일 차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맡은 업무가 다른 부서로 이관될 수 있다고 하더니, 담당자도 같이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변동이 생겨서 업무는 남고, 나는 부서를 옮겨서 다시 원래 맡았던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로 만들어진 조직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인사 변동이 확정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새로 맡은 업무를 어디까지 추진할지, 계속해도 되는지, 앞으로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싱숭생숭한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결정이 되니까 결과와 상관없이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새로운 업무를 지속하든, 다시 예전 업무를 맡든 모두 장단이 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그래도 좋은 계기가 되었던 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경험을 한 것이다. 늘 업무를 쳐내기 바빴는데, 잠깐이나마 차분히 생각하면서 타사 사례를 조사하고, 적용하며 일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파일을 정리하고, 인수인계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인사하면서 지금까지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인사발령이 났다. 조직 구성과 목표가 다르니 이직을 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업무를 내려놓는다고 했을 때 아쉬웠던 점을 보강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글을 쓰면서 잠든 것을 보니,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풀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시작된 하루는 하얀 도화지이다. 변화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그려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