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어느 산부인과에 갈지 알아보았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잠시 다녀올 수 있도록 회사 근처가 좋을까? 남편과 함께 가기 좋은 집 근처가 좋을까?
오래 고민하지 않고, 남편과 함께 다니기 좋은 집 근처로 병원을 찾아보았다. 인터넷에서 방배/이수 산부인과를 찾아보고, 후기를 살폈다.
처음에는 남편이 정액검사를 한 종합병원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시기여서 집 근처 산부인과 전문 병원을 찾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았다.
퇴근 후 이수역에서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함께 산부인과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벌써 7년째 함께하는데 처음 같이 해보는 일이 여전히 많다.
야간진료 시간이라 그런지 병원은 한산했다. 체중과 혈압 등을 재고 원장님은 만나기 전 옷을 갈아입었다.
간호사는 속옷을 탈의하고 준비된 옷을 입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상하의를 모두 탈의하고 원피스처럼 입고 나왔는데, 하의만 치마로 입으면 되는 거였다.
원장님께 임신 테스트기 결과를 말씀드리고, 초음파 검사에 들어갔다. 복부 초음파를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쇄석위 자세를 취하고 질 내로 초음파 탐촉자를 삽입하는 경질 초음파가 진행되었다. 임신 초기에는 자궁의 형태를 관찰하고 자궁외임신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질 초음파를 많이 한다고 한다.
“아기집이 잘 보이네요.” 아기집 안에 작은 생명체가 보였다. “심장소리 들려드릴게요.”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아가의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
“1분에 140회, 심장이 건강하게 뛰고 있고요.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약 1cm입니다. 7주 차예요.”
나는 검사실에서, 남편은 커튼 밖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특별한 말은 나누지 않았다. 그저 신기해서 모니터만 계속 바라봤다.
“더 궁금한 거 있나요?” 원장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저... 선생님. 보통 무슨 질문을 많이 하나요?”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은 남편이 원장 선생님께 거꾸로 질문했다. “궁금한 거 없으면 다음에 물어보세요~”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남편은 평소 꼼꼼하고, 똑 부러지게 일처리 하는데 그 날은 어딘가 좀 달라 보였다. “선생님, 이 시기에 특별히 조심할 게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임신이 뭐 별건가요~ 평소처럼 똑같이 생활하시면 됩니다.” 쿨한 원장 선생님의 답변에 일동 당황. 임신이 별 거 맞는데요... 원장 선생님은 경험이 많으셔서 별다른 감흥이 없으신 것 같았다. 축하한다는 말씀도 없으시고...
아무래도 책과 영상으로 임신 초기 증상과 조심해야 할 일들을 찾아봐야겠다. 한편으로는 원장 선생님처럼 조금 쿨한 마음을 갖고, 일상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부인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근처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평소 좋아하는, 최근 계속 먹고 싶었던 매운 쌀국수를 찾다가 태국 음식점이 보여서 들어갔다.
저녁을 먹으며 아기집을 보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던 순간의 감격을 나눴다. 뱃속에서 언제 이렇게 자라고 있었나 신기하고, 또 건강하게 자리 잡았다니 감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태명을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둘 다 좋다고 합의한 건 ‘빵이’였다. 남편이 나를 부를 때 지빵이라고 하는데, 지빵이의 주니어는 빵이라고 부르자고 했다. 산부인과는 방배에 있고, 집은 이수에 있으니 ‘방배와 이수’의 약자이기도 하다며 별의별 의미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드려 소식을 전하고, 많은 축하를 받는 행복한 밤이었다. 양가 부모님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께서도 기뻐하셔서 좋았다. 허허...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 양가 부모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