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코로나가 가져온 일상 속 변화

임신 9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회사에서는 코로나 19 대응 차원에서 가장 먼저 임산부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처음에 일주일 남짓 예상되었던 재택근무는 코로나 19가 진정되지 않자 무기한 연장되었다. 회사에서 별도의 안내가 있을 때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임신 사실 확인 후 그룹장님과 부서원들께 언제, 어떻게 소식을 전할지 고민이 많았다. 남편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는데, 나는 왜 조금 더 고민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임신은 곧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소식을 전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어쨌든 같이 일하는 부서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니까..

기회를 엿보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같이 일하는 선배에게 가장 먼저 말씀드렸다. 축하와 동시에 임산부 재택근무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가 그룹장님께 말씀드리기 전에 재택근무 대상자로 분류, 안내되어 그룹장님께서 먼저 나를 부르셨다.

민망해서 살짝 웃으며 그룹장님 앞으로 갔다. 그룹장님께서는 “왜 불렀는지 알고 있지?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요. 재택근무한다고 태만하게 일하지 않을 거라 믿고, 동의할게. 얼른 집으로 가서 일하세요.”

그렇게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삼시 세 끼를 집에서 챙겨 먹고,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저녁에는 동네 산책을 하고, 그 외에는 온종일 집에서 보냈다. 하루는 똑같이 빠르게 흘렀다.

남편은 활동적이고,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내가 집에서만 지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예전에 자기 볼 때, 아이가 태어나서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게 되면 못 견디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런데 이렇게 집에서만 지내는 거 보니까 신기하다.”
“나도 이렇게 집에서 안 나가고 오랫동안 지내는 것도 처음이야. 그런데 지금은 친구를 만나는 것도 서로를 위해서 피하게 되고, 어디를 가는 것도 불안한 마음이 커서 못하겠어. 그리고 집에서만 있어도 일하고, 삼시세끼 챙겨 먹고, 청소하다 보면 금방 가네~”

임신과 코로나가 동시에 가져온 일상의 가장 큰 변화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며 앞만 보며 살아온 나를 집에서, 스스로를 돌보며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한 것이다. 매일 몸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다 보니 외부로 향해있던 에너지가 내부에 필요해지기도 했다. 이제는 홀몸이 아니라 내 건강상태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어디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못 나가서 답답하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았다. 엄마가 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또한, 회사에서 임산부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서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는데,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생활 반경을 좁히고,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다.

잠도 정말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하루 4~5시간 자면서 생활했는데 7~8시간으로 수면시간이 늘었다. 어제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서 10시간 동안 자면서 충전했다. 이렇게 길게 잘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3월 9일, 2주 만에 빵이를 만나러 산부인과에 갔다.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채워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공식적인 약속(?)으로 외출을 하려니 저절로 흥이 났다.

‘빵이는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을까?’ 궁금하고, 두 번째 초음파로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매일 집에서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고, 오랜만에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화장도 할까 고민하다가 입술만 살짝 바르고 남편과 길을 나섰다.

2주 동안 잘 먹고, 잘 자면서 지냈기에 빵이는 훌쩍 자라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1cm 젤리 곰이었는데, 1.5cm나 자라 2.5cm가 되어 있었다. 심장박동은 1분에 170회로 지난번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의사 선생님께서 심장소리를 가장 먼저 들려주시는데, 언제나 신기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9주 차가 되니 빵이에게도 팔과 다리가 생겼다. 자세히 발을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둠칫 둠칫 양수 속에서 리듬을 타는 것 같아 귀여웠다. 초음파 사진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다니! 손가락도 자랐는지 찾아보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조금씩 자라날 거라고 하셨다. 건강하게 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남편과 나 모두 기분이 참 좋았다.


또 한 가지 새로 보인 것은 탯줄이었다. 빵이와 내가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쫄면 등 매콤~한 음식이 당기는데, 매콤한걸 많이 먹으면 빵이가 매워하려나? 걱정이 되지만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다. 그럼 울렁거리던 속이 좀 진정되므로... ^^

아빠께서 택배로 냉면과 쫄면을 보내주셨다. 요즘 면요리가 왜 이리 당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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