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참 맛있다!

임신 10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새벽 4시, 갑자기 어젯밤 먹은 매생이 떡국이 생각났다. 혼자서 입맛을 다시다가, 살짝 잠이 깬 남편에게 속삭였다.
“빨리 아침이 돼서 어제 끓인 매생이 국 또 먹고 싶다.. 쩝쩝...”
“갑자기 쑥버무리 떡도 생각났어!! 우리 점심에 산책할 때 떡집 가보자.”
“(잠에 취해서) 응.. 내일.. 아니... 오늘... 이따가 가자... 아....”

어제 일을 마친 후 남편과 시장에서 사 온 매생이와 백합 조개로 떡국을 끓였다. 원래 황태와 무, 콩나물 등을 넣고 시원하게 북엇국을 끓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생이가 자꾸 눈에 밝혔고, 옆에 있던 백합 조개를 넣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 같이 샀다. 그리고 이 둘은 신선할 때 먹어야 더 맛있다며 메뉴를 바꿨다. 변덕스러워 보이지만, 매생이 떡국이 먹고 싶다고 노래 부른 지 꽤 오래되었다. 오늘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

10주 차가 되면 뱃속의 아기는 점점 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며, 더 이상 배아가 아닌 태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20주까지 키는 3배 자라고, 몸무게는 30배 정도 무거워질 정도로 폭풍 성장을 한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엄마도 계속 변한다. 마치 2차 성장을 하는 사춘기 소녀처럼 몸과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바쁜 나날들이다. 그리고 성장기 어른답게 수시로 배가 고프다. 아침 먹고 과일, 점심 먹고 수제 쿠키와 두유, 견과류 등을 간식으로 먹는다.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 동시에 배고프기도 하고... 어쨌거나 배가 계속 꼬르륵거린다.

더 재밌는 것은 맛있게 먹고서 갑자기 힘이 없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점심에는 남편이 밥 위에 아보카도와 참치를 넣고, 명란 마요네즈를 살짝 얹었다. 밥을 살살 비벼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계속해서 맛있어! 재료가 잘 어울린다!! 칭찬을 하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매생이 떡국을 처음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국물 맛이 감칠맛 나게 났다. “오 괜찮은데?! 한번 맛봐봐.”라며 간을 맞추고, 식탁을 차렸다. 조개와 매생이를 함께 넣으니 시원하고 개운한 바다 맛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너무 맛있다”를 여러 번 외치며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싹 다 먹었더랬다. 그러고 나서 속이 안 좋다며 힘이 다 빠져서 멍하니 앉아 있었더니 남편이 놀라워했다.
“몇 분 전까지 엄지 척하며 맛있게 먹더니 힘이 없어졌네...? 괜찮아?”
“응, 괜찮아. 허허...”
나조차 알 수 없는 나의 상태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어쩜 이리 변덕스러운 게냐...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 양호한 입덧이라고 한다. 음식을 못 먹기는커녕, 남편과 함께 요리해서 먹는 시간을 하루 중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여기고 있으니까. 남편도 그걸 아는지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함께 장보고, 귀찮은 내색 없이 요리한다.
“지빵아, 이 시간이 제일 좋지?”
“응~ 요리하는 것도 재밌고, 음식 맛있게 만들어지면 기분도 좋고~”
그렇게 우리는 요리 태교를 함께 한다.


오빠랑 해 먹는 음식이 맛있어서
입덧 안 하고 먹덧 하나 봐.


요리하다가 때로는 실패하고, 생각한 맛이 안 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재밌다고 여기며 우리 입맛에 맞게 되살려 먹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이지 대부분은 너무 맛있어서 엄치척이 절로 나온다. 냠냠냠 내가 잘 먹으면 오빠도 덩달아 뿌듯하고, 기뻐한다. 그뿐이랴? 요즘 남편 뱃속에는 빵이 보다 더 큰 찐빵인가 들어있다. 나랑 같이 만삭 사진을 찍을 거라나 뭐라나...(후후) 그래서 식사 후에는 동네 산책을 함께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요즘 나의 뇌 구조의 절반은 맛있는 음식이 차지하고 있고, 어딜 가나 먹고 싶은 음식 찾기에 온 정신이 팔려있다. 이런 먹보 아내를 이해해주고, 함께 발맞춰 주는 남편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함께 요리하며, 서로 간식을 챙겨주며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 기쁘다.


사랑, 참 맛있다!


점심에 먹은 명란 아보카도 덮밥과 저녁에 먹은 매생이 백합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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