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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15. 2017

쿠부치 사막에 심고온 나무, 사람, 그리고 생각

한중 녹색봉사단 16기 활동을 마치고...

5월 5일 북경으로 떠나기 전 김포 공항에서
5월 11일 북경을 떠나기 전 북경 공항에서
5월 11일 김포 공항에 도착해서 헤어지기 전에 한컷!

한중 녹색봉사단 16기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북경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열정적으로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주시던 촬영 감독님께서 인터뷰를 시도하셨습니다. ‘아무말 대잔치’라는 컨셉에 맞게 생각나는 대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같은 조원 중에서 누가 가장 먼저 울 것 같아요?”라는 질문이 나오자마자 조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중국팀으로 참여한 친구가 눈물을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왜 울어~ 우리 한 달 뒤에 볼거잖아~!” 조원들끼리 아쉬움을 뒤로하고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아서 누가 울 때 잘 따라 운다고 주장했지만 마음 한켠에 드는 아쉬움과 섭섭함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주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낀 짧고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한중 녹색봉사단 16기 사막 트래킹
한중 녹색봉사단 16기 나무 심기

일주일간 사막에 나무를 심고 왔다고 하면 주변에서 “오히려 사막에서 황사를 일으키고 온 것 아니냐.”는 장난스런 반응과 함께 “그런데 그렇게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어린 반응도 있습니다. “왜 중국 사막에서 우리가 나무를 심어야 해?”라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 답을 찾아 사막 트래킹을 해보기도 하고, 직접 나무를 심어보기도 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광활해서 우리가 심은 나무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15년 전 심은 나무가 제 키를 훌쩍 뛰어넘어 우림을 조성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나무를 심다가 덥고, 지칠 때 누군가 심어놓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행복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무리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하시는 권병현 대표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앞장서 개척하셨고, 푸른 꿈과 희망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조금씩 동참한다면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심을 나무, 뿌리가 마르기 전에 심어야한다!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단순히 나무심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비가 내리게 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새와 토끼가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물고기를 기르려거든 먼저 물길을 통하게 하고, 새를 오게 하려거든 나무를 심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파괴한 자연을 인간이 쉴 수 있는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나무 심는 일이라면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을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참여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사막에서 나무를 심는 첫날, 100명의 사람들이 모이니 한 사람당 3그루씩만 심으면 300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었습니다. 삽으로 땅을 파고, 물을 길러와 나무에 물을 뿌려주고, 나무를 심는 일도 협동을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래만 날리는 허허벌판이지만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녹색장성을 이루리라는 생각으로 한 그루 한 그루 정성스럽게 나무를 심는 손길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사막에서 바라본 노을...
"와 저기 봐! 하늘색 진짜 예쁘다!"
어깨동무하고 노을 감상하기
사막에서의 캠프파이어!

사막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이번 활동을 통해 나무를 심을 뿐만 아니라, 일주일간 동고동락하며 함께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까지 마음에 심고 오게 되어 참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우리가 심은 나무들이 사막의 열악한 환경에 지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 쿠부치 사막에 다시 갔을 때에는 제 키를 훌쩍 넘어 햇볕을 가려주는 든든한 나무로 자라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문이 없어 참 가기 난감했던 해우소

마지막으로 봉사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봉사에 참여한 나 자신라고 합니다. 청결한 화장실, 갈증을 해소해주는 얼음을 띄운 사이다와 시원한 맥주 등 평소에 누리고 사는 너무도 익숙한 것들이 사실은 모두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열악한 사막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왔습니다. 인생의 큰 깨달음을 덤으로 얻어온 만큼 주변에 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지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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