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 힘든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잖아!
임산부가 겪는 신체적, 정서적 변화들 2
예전에 임산부들을 볼 때 임신 기간 중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변화에 힘들 거라고 짐작했다. 실제 임산부가 된 지금, 힘든 점도 있지만 한발 떨어져 바라보면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할 점이 정말 많다.
먼저, 아가가 주는 기쁨들이 있다. 체리 길이(15mm)에 1~5g 정도였던 태아가 임신 7개월에 들어서니 배추 길이(35cm)에 750g 정도로 자랐다. 임신 테스트기 확인 후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아가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으며 가슴 벅찼던 순간, 콩콩콩 미약하게나마 처음 태동이 느껴질 때의 기쁨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아닐까? 앞으로 부모로서 느끼는 힘듦도 있겠지만, 극복하게 하는 행복의 순간들은 무엇일지 기대된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에도 큰 소리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먼저 신체적, 환경적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돕는 남편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짝꿍이다. 코로나와 임신이 동시에 가져다준 변화 중 하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차려먹고, 동네 산책을 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가와 셋이 함께 행복한 신혼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또한, 서울에 있는 자식들을 위해 맛있는 반찬과 재료들을 보내주시고, 건강 잘 챙기라고 늘 걱정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임산부는 코로나 19 고위험군이어서 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임신 축하하고, 몸 잘 챙기라며 연락을 준 친구들,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며 대신 빵이와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보내준 친구에게도 감동을 받았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을 때 축하의 의미로 꽃을 선물하거나, 코로나 19 감염 방지를 위해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준 친구에게도 정말 고맙다. 어제는 한 친구가 초당옥수수를 들고 집 앞으로 찾아와 주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내가 옥수수를 보며 반가워하고, 초당옥수수를 먹고 싶었으나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모습이 뇌리에 너무 깊게 남았다며, 초당옥수수 파는 곳을 발견하고는 한걸음에 달려와준 것이다.
회사에서도 많은 도움과 배려를 받았다. 코로나 19가 처음 확산될 때 임산부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되었다. 초등학생 등교 시기에 맞춰 재택근무 기간이 끝났고, 자체적으로 재택근무 시범 운영이 시작되었다. 주 2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점은 물론, 업무 특성상 행사가 있을 때 모든 부서원들이 함께 도와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모두 자녀가 있으신 분들이라 지금의 내 상황을 더 잘 이해해주시는 걸까? 그도 그렇지만 운 좋게 주변에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출산과 육아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공유할 것이 더 많아져서 기쁘다.
마지막으로 임신 후에도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아니 더욱 중요하다. 이때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는 글쓰기와 음악, 책이 마음의 위로가 되어준다. 임신 중 느끼는 작은 변화들을 주차별로 기록하고,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클래식 음악도 자주 듣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그만큼 온라인으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첼리스트 요요마의 연주를 즐겨 듣는데, 거리에 상관없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술의 발전에 참 감사하다.
임신 후 나타난 정서적 변화에 대해 어려웠던 일들을 소소히 적고 싶었는데 그러기에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훨씬 더 많다. 그 점이 또한 너무나 감사하다.
이어서 힘들었지만 극복했던 순간들도 정리해봐야겠다. 늘 인생에 늘 좋은 일만 있지 않고 업 앤 다운이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은 똑같이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