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달라 보이는 것들
임산부가 겪는 신체적, 정서적 변화들 3
신발을 사면 거리 속 많은 사람들의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임신을 하고 보니 임산부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임산부뿐만 아니라 아기띠를 맨 신혼부부, 유모차 속 아가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마치 임산부와 아가들에게 반응하는 레이더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편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임산부 아내가 옆에 있으니 다른 임산부들이 눈에 들어오고, 조금 더 신경 써서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며칠 전 아파트 입구 앞에서 임산부를 마주쳤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한 손을 허리에 올리고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저분도 허리가 아픈가 보다 생각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남편이 몇 층으로 가시는지 물어보고 버튼을 대신 눌러주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작은 호의가 임산부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엄마께서는 임신 사실을 아신 후 아무리 임신 중이더라도 (특히 회사에서) 절대 짜증 내거나 예민하게 굴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말씀하셨다. 주변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를 할 수 있어도 점점 불편하게 느끼고, 피하게 된다는 거다. 엄마께서 근무하시는 회사에도 임신한 강사가 있는데 몸이 힘든 건 알지만, 말투나 표정에 늘 짜증이 느껴져서 사람들이 어려워한다고 하셨다.
나의 경우 안정이 필요한 임신 초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12주가 지나서 사무실로 출근했다. 책에서도 임신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임신 중기에 동료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베풀라고 했다. 아무래도 도움을 요청하고, 배려받는 일이 많기에 먼저 베푸는 마음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미리 출근해서 여유시간을 갖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퇴근 후에는 푹 쉬기 등 회사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조금 더 신경 써서 컨디션을 관리하면 적어도 일하는 시간만큼은 큰 어려움은 없다.
스스로 임산부니까 배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섭섭한 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고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짬짬이 쉬거나, 간식을 먹는 등 스스로를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 한발 더 앞서서 업무 처리 과정을 생각하고, 고민을 해야 도움도 요청할 수 있다. 내가 그 일을 잘 알고 어느 선에서, 누구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필요한 도움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효율적인 일 처리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업무 시간 내에 그 날의 일을 마치려고 노력하기,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기보다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임신 중 회사생활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선뜻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많이 '표현하자'라고 늘 되뇌곤 한다.
요즘은 임신 전과 비교해 자궁이 커지며 위장을 압박해 소화가 잘 안되고, 몸이 무거워지니 허리도 아프다. 호르몬의 변화로 눈물을 흘릴 때도 잦아졌는데, 특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아가와 부모님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더욱 반응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가 될 준비를 하다 보니 부모님 생각이 더욱 마음속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엄마께 가장 쉽게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평소에 엄마께서 만들어주신 반찬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는데, 손이 큰 엄마께서는 택배를 또 한가득 보내주시기도 한다. 내가 먹고 싶다는 떡을 보내주실 때도 한 가득, 아직 조기가 냉동실에 남아있는데 또 조기 한가득... 그렇게 냉동실이 가득 차 있는데, 또 조기를 보내셨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짜증을 냈다. 남편도 나도 필요할 때 조금씩 사다 먹는 편인데 냉동실이 꽉 차는 것도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엄마께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야 했을까?
남편이 말했다. 나중에 빵이 낳으면 그렇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 거냐고. 자식 생각해서 챙겨주신 엄마께 도리어 짜증을 낸 게 미안해서 울다가 다시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엄마께서는 필요 없으면 다시 냉동시켜서 택배로 보내라며 서운한 티를 내셨다. 택배를 받은 후 보내주신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 때마다 인증샷을 찍어 보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마음을 풀어드렸다. 나중에 빵이를 챙겨줄 때 감사한 줄 모르고 짜증을 낸다면 나 또한 너무 속상할 것 같다. 그때 부모님 마음 생각하면서 울지 말고 지금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듯 임신 후 다양한 고민과 상황에 부딪쳐가면서 둥글둥글 다듬어지고 있다. 뱃속에서 사람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작게 여겼던 것들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며 조금씩 성장해간다고 느낀다. 아가가 태어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겠지? 여전히 배우고, 느껴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