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초음파로 아가와 만나다!

임신 27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임신 27주 6일!

빵이를 만나는 날까지 85일 남았다.


어제 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달려가 입체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이마와 눈썹, 눈, 코, 입, 손가락, 발가락 등 외형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기대가 컸다.

엄마를 닮았을까? 아빠를 닮았을까?

물론 자라면서 계속해서 모습이 변하겠지만 내내 궁금해하면서 기다린 날이었다.


지금까지 초음파 검사를 하면 옆으로 돌아누워 있거나, 손으로 얼굴을 교묘하게 가리던 빵이.

입체 초음파 검사를 할 때는 예쁜 얼굴 꼭 보여달라고 미리 이야기했더니 얼굴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뜨기도 하고, 입술을 오물오물거려서 검사해주시는 선생님도 즐거워하셨다.


사실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를 쏙 빼닮은 코가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17개월 된 형님네 아가도 어머님 코를 닮았는데, 우리 빵이도 그랬다.

어머님 유전자가 진짜 센 것 같다고 남편한테 이야기했더니 남편도 그런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가족들에게 초음파 영상을 공유했는데, 엄마께서는 빵이 머리가 큰 것 같다고 하셨다.

남편과 나 둘 다 얼굴이 큰 편은 아닌데, 얼굴 큰 건 외할머니 닮았나 보라고 하시면서 웃음을 주셨다.


빵이야, 그런데 그거 아니?

장난을 치긴 해도 엄마, 아빠 눈에는 다 예뻐 보인다. 도치맘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아~




자다가 문득 백일해 주사 맞는 것을 깜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일해. 어른에게는 기침과 미열, 구토 등 감기 증상처럼 나타나지만 아가에게 옮는 경우 호흡곤란으로 뇌손상을 일으키고,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주로 아가를 돌보는 성인에게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물론 조부모나 베이비시터 등 영아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꼭 맞아야 한다. 보통은 한 달 전에 백신을 맞지만, 산모의 경우 27주에서 30주 사이에 백신 접종을 하면 태반을 통해 아가에게 항체가 전달되어서 아가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주면 28주인데, 미루지 말고 얼른 맞아야겠구나 싶어서 주말 아침에 병원에 가서 백신을 맞고 왔다.


요즘 나타나는 증상은 배뭉침이다. 임신 초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임신 중기에는 산책을 즐겨했는데 요즘은 걷다 보면 배가 딱딱하게 뭉쳐서 아픈 느낌이 든다. 담당 선생님께 여쭤보니 하루 중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데, 혹시 배뭉침이 3~4시간씩 지속되면 병원에 와야 한다고 하셨다. 지금은 잠깐씩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여유 있게 생활해야겠다. 임신 후반기로 가면 배뭉침 횟수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점점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구나 실감이 나기도 한다.




임신을 하고 즐거운 일 중 하나는 친구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이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공유했듯이, 임신 시기가 겹친 친구들과 경험과 정보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다. 같은 임신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에는 차이가 있다. 나는 먹는 입덧이었는데, 친구는 입덧이 심해서 4kg 이상 빠지고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겪은 증상이 아니더라도 얼마큼 힘들지 공감할 수 있었고, 수다를 떨며 조금이나마 서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엄마가 되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더더욱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분홍색 임산부 배려석은 언제나 임산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다. 임신 초기에는 임신한 티가 나지 않지만 입덧 등 처음 겪는 여러 증상으로 무척 힘든 시기이다. 임신 중기로 진입해 배가 나오게 되면 임산부 배려석 근처로 가기가 더욱 꺼려진다.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 있으면 일어나라고 하는 것 같으니 민망하기도 한데, 실상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근처에 임산부가 있는지 여부는 관심도 없다. 차라리 임산부 배려석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으면 오히려 일반석에 앉아 계신 분들이 자리를 양보해주신다. 보통 아이 엄마나 아빠로 보이는 분들이다. 경험이 있어서 상황을 더 잘 아니까 배려해주시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지하철 환승을 하는 중에 한 임산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너무 힘들게 걸어가고 있어서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지갑을 떨어뜨린 적이 있다. 저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임산부 배려석은 꼭 비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에 대한 인식은 저만치 뒤떨어져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임산부 배려석에 인형을 앉혀두고, 인형 배에 임산부 배지를 찍으면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두면 어떨까? 또는 센스 있는 디자인으로 모두가 기분 좋게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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