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0주에 접어들었다. 이제 출산까지 10주 남았으니'아가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은 어디에, 어떻게 마련할지? 출산 가방은 어떻게 쌀지?' 조금씩 구체적으로 준비할 시기이다.
임신 후기인요즘 자주 나타나는 증상은 숨이 차는 것이다. 임신 중기에는 팔을 휘저으며 가뿐하게 산책했는데, 지금은 걷다가, 심지어 말을 하다가 숨이 차는 것을 느낀다. 특히 산책할 때 얼마 못 가서 걸음을 멈춰 서거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폭을 좁혀서 걷는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나면 숨이 차며 배가 아픈 것처럼 꼭 죄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를 할매라고 부르며 천천히 같이 걸어준다. 임신 중에는 급하다고 뛰어갈 수가 없으니 어디를 가든 일찍 다니는 습관이중요한 것 같다.
또 다른 증상은 밤에 자다가 쥐가 나는 것. 처음에는 자다가 놀라고, "아아아~"하고 소리 낼만큼 반응이 컸다. 산책을 하고, 요가를 하면서 몸을 잘 풀어주면 쥐가 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임신 기간 동안 아침, 저녁으로 생존 요가를 했다. 피곤한 날이면 요가 동작을 하다가 졸기도 하고, '요가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잠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기 전에 남편이 팔과 다리를 꾹꾹 주물러주었다.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해주면 너무 시원해서 '괜찮으니까 그만 하라.'는 말을 삼키고 가만히 마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면 그날 밤에는 쥐가 안 나거나, 나더라도 금방 스스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한밤중에 무의식 속에서도 '흥, 쥐쯤이야~ 나 마사지받았거든!!'하고 아무렇지 않게 발가락을 꺾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 단어가 생각났다.
사랑으로 하는 일(Labor of Love)
마찬가지로 출산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큰 고통도 남편이 옆에서 응원해주고, 아가도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무섭고 아프다는생각보다 잘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더 크게 들 것 같다.
최근에 포스코 미술관에서 열린 '텡 븨인 들녁'이라는 전시를 통해 김환기, 박수근, 이수근 등 유명한 작가님들의 작품을 만났다. 그중 이중섭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 옆에 적힌 말씀이 마음에 폭 와 닿았다.
예술은 무한의 애정표현이오. 참된 애정으로 차고 넘쳐야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마음의 거울이 맑아져야 비로소 우주의 모든 것이 바르게 마음에 비치는 것이오. 다른 사람은 무엇을 사랑해도 좋소. 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하면 되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정말 좋았다. 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 나에게는 무엇일까?
힘껏, 그리고 한없이 사랑해야 할 대상 중 첫 번째는 가족이다. 그리고 10월에 맞이하게 될 아가도 사랑의 마음으로 길러야겠다고 생각한다.
뿐더러 지금 하는 일과 취미도 같은 마음으로 대하고 싶다. 최인아책방 콘서트에서 만나는 음악과 글쓰기는 특히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책방 콘서트에서 만난 연주는 집에서 들으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고, 뜨겁게 채워준다. 그리고 출산 전에 꼭 하고 싶었던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북 메이킹 클래스를 통해 뱃속의 아가와 함께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쓴 글들을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 본다면 아가와 스스로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그경험은 출산 후 육아로 아무리 바쁘더라도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하나의 동력이 되어줄 것 같다.
'임신 중 쉽게 피로해지고,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는데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되는 마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고, 욕심부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글쓰기에 애정을 갖고, 기쁨을 느끼는 만큼 처음 펼쳐낸 책이 누군가에게 애정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선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모든 건 '사랑으로 하는 일' 일 때 가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