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걱정은 아동학대의 시작?!

임신 30주 차 이야기 2

by 이수댁

요즘 내 뱃속에는 '북 치는 소녀'가 살고 있다. 쿵. 쿵. 쿵. 몹시 바쁘고, 요란하게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그럼 나도 덩달아 배 위에 손을 얹고 동. 동. 동. 맞장구를 쳐준다. 마치 모스부호를 주고받는 것 같다. 어느덧 30주 차에 접어든 빵이는 태동이 어찌나 활발한지 '나중에 수영선수가 되려나? 아니야. 꼭 발만 차라는 법은 없지...? 헤딩슛을 잘하는 축구선수가 될지도 몰라. 아니면 취미로 권투를 즐길지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호~!’하고 반응할 정도로 세게 뻥 차기도 하고, 찌르르르 몸을 떠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어떨 때는 굵은 구렁이 한 마리가 담을 넘듯이 꿀렁거리며 움직이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남편에게도 아가와 할 수 있는 '킥킥킥 놀이'를 알려주었다. 먼저, 빵이가 태동을 보이면 그 위치를 통통 두드려주며 "킥! 킥! 킥!"을 외치고 반응을 살펴본다. 아가가 그 위치에 다시 발차기를 하면 성공! 그다음 전혀 다른 위치에서 통통 쳐주며 "킥! 킥! 킥!"을 외친다. 아가가 엄마, 아빠가 두드린 위치에 발차기를 한다면 아가도 우리의 존재를 느끼고, 반응을 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태동이 활발한 시기에 아가와 대화하듯 교감할 수 있는 놀이라고 들어서 요즘 남편과 자주 하고 있다.


지난 목요일(2020.8.6)은 평일이지만 오전에는 건강검진을 받고, 오후에는 반차를 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의 출산 관련 강좌가 취소된 가운데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분만 프리뷰’를 주제로 특강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남편도 쉬는 날이라 함께 들으러 갔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강연을 들으러 가는 임산부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나보다 배가 훨씬 큰 만삭의 산모들이었다. 남편도 나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8개월에 접어든 후 걷다가 숨이 찬다며 걷는 속도를 늦추곤 했는데, 내 배는 아직 작은 편에 속했다. 앞으로 배가 얼마나 더 커질지 궁금해지고, 만삭의 몸으로 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강은 병원 분만실에 재직 중이신 실장님께서 직접 가진통과 진진통을 구분하는 방법, 자연분만을 위한 생활 습관, 분만 과정과 다양한 분만법 등을 소개해주셨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은 보통 10분~20분 내외에서 마무리한다. 아가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지 임신과 출산에 대해 담당 선생님과 상세히 이야기를 나누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스스로 책과 유튜브, 팟캐스트, 앱 등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19 이후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교육, 문화생활 등이 적어서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산모교실도 찾아보면서 출산을 준비해야겠다.


점심을 먹고 산부인과 정기검진도 받았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안 계시는 날이라 다른 원장님께 검진을 받았다. 점심시간 후 진료실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눈빛이 날카롭다고 느꼈는데, 의외로 말씀도 많으시고 친근한 인상을 주셨다. 아가 태명이 무엇인지 물어보신 후 '빵이 엄마'라고 불러주시기도 하고, 초음파 검사를 할 때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정작 빵이는 얼굴을 박고 있어 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가 몸을 한번 움직여 볼까요?"라고 여쭤보니 선생님께서는 소용없다고 말씀하셨다. 초음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가는 독립된 주체이고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아가의 선택을 존중해 줘야지 부모의 바람을 강요하는 순간 아동학대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아동학대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스러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씀이었다. 그러게요... 빵이는 오늘 귀를 가장 보여주고 싶나 봐요. 크지도, 작지도 않게 잘 자라고 있으니 그것 말고 바랄 게 또 뭐가 있을까요?


정기검진을 갈 때마다 한두 개라도 질문을 미리 생각해서 간다.

예를 들어,

Q1. 요즘 배를 만져보면 딴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혹시 이게 아가의 발이 맞나요?

- 배의 피하지방이 평균보다 얇은 편(1.65cm)이라 아가의 신체가 느껴지거나 보일 수 있습니다.

Q2. 3초~5초에 한 번씩 심장박동처럼 일정하게 쿵쿵 뛰는 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아가가 딸꾹질을 하는 건가요?

- 딸꾹질은 그 정도로 크게 느껴지지 않고, 아가의 태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Q3. 지금쯤이면 아가에게 뱃속의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 엄마의 입장에서 아가를 생각하는 것 역시 아동학대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의 원인을 잘 생각해보세요. 부모에게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자녀를 너무 사랑한다는 이유 둘 중 하나입니다. 아가는 뱃속에서 편안하게 잘 있어요.


아가는 독립된 존재이니 엄마의 생각에 빗대서 아가의 상태를 생각하지 말고, 걱정보다는 임신 기간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고 나서 태담 편지를 소개해주셨다. 알고 보니 원장님께서는 2010년에 12년간 산모들로부터 받은 실제 태담 편지를 모아서 책을 내신 작가이기도 하셨다. 요즘도 계속해서 태담 편지를 모으고 계시는데 우리에게도 숙제를 내주셨다. 세상에 태어날 아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적어보라는 미션이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어렵기보다 해보고 싶은 숙제였다. 이미 절판된 선생님의 책을 중고로 구입하고, 남편과 함께 태담 편지도 써보기로 했다. 정기검진을 마치고 초음파 사진 옆에 엄마, 아빠의 편지를 써주곤 했으니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같은 병원에서도 선생님들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서 누구를 만나는지도 산모에게 참 중요하다고 새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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