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산후조리 계획을 바꾸다!
임신 34주 차 이야기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탓인지 긴팔을 걸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새벽이야.
시간이 참 금방이다. 그렇지?
유난히 다사다난한 2020년. 연초에 ‘저게 뭐야?’ 싶었던 우한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덮치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어. 코로나 19 확산세가 주춤한다 싶으면 태풍이 찾아오고, 별 탈 없이 태풍이 지나간다 싶더니 코로나 19 확산이 대폭 커지고... 잠시도 마음 놓고 지낼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
임산부라서 더욱 신경 쓰이는 일도 참 많았어. 회사 건물과 산부인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공포감이 점점 조여 오는 느낌이었어. 다행히 추가 감염이 없어 건물이 폐쇄되지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상에...’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상한 사건들도 많아 자꾸만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었어. 많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고,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실감 나더라.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서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었어. 그리고 연휴를 맞아 대전 친정집에도 다녀왔어. 그때 많이 느꼈던 것 같아. 고향이 얼마나 편한지, 엄마 곁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특별히 어디를 간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닌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로 마음이 한결 안정되고, 밝아졌어. 내가 무척 편안해한다는 것을 남편도 느꼈을 거야.
그래서 그런가? 대전을 떠나기 전날 밤, 남편이 대전에서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 고민해보라고 먼저 이야기하더라고. 지금까지도 출산과 산후조리는 내가 편한 곳에서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꾸준히 다닌 서울 산부인과에서 출산하는 게 안정적일 거라는 입장이었거든. 나 또한 출산과 육아는 남편과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출산을 하고,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자는 방향으로 생각을 맞췄어. 서울에서 출산 후 신생아를 데리고 대전에 가는 게 불가능하지 않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컸고...
그런데 남편이 먼저 대전에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크게 고민이 안되더라고. 미리 알아본 대전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있었고, 심리적으로 엄마 옆에 있는 게 훨씬 편안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더욱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야. 수도권보다 대전의 코로나 19 확산이 덜 심하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출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
다만 한 가지, 언니가 11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민한 시기에 내가 빵이랑 함께 집에 들어가서 지내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 엄마께서는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건 아무런 걱정이 안 되지만, 언니가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혹시라도 둘 다 서운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시더라고. 안 그래도 코로나 19 확산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신경 쓸 일이 더 많은데 그 점은 내가 더 많이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이제 산전 후 휴가까지 워킹데이로 7일 남았어. 외부 식당에서 먹는 건 1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으니 가능하면 구내식당에서 먹으라는 안내 메일에 어제는 갓 입사했을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선배들과 도시락을 주문해서 회의실에서 먹었어. 그렇게라도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니까 마음이 참 좋더라. 코로나 19로 비상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어서 얼굴 보고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 동료들도 많을 것 같아. 아쉽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까지 날 정말 많이 챙겨주신 팀장님께는 퇴근 직전에 찾아가서 얼굴 뵙고 인사드렸어.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눴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업무처리와 인수인계로 일정이 빠듯해서 일단 얼굴 뵐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야.
임신 기간 내내 고민하던 출산과 산후조리를 방향이 확실하게 정해지니까 마음이 훨씬 가볍다. 이제 남은 기간 업무 인수인계를 잘 마치고, 빵이와 함께 할 시간을 기다려야지. 빵이야, 지금처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크고 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