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앞에서

임신 35주 차 이야기(산전 후 휴가 및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by 이수댁

다가올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찾아왔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사무실을 돌면서 휴직하게 되어 복귀 후 다시 뵙겠다고 인사하다니!!


마지막 날은 업무 인수인계 관련 결재를 받고, 짐을 싸고, 노트북 파일 정리 후 반납했다. 지난 이주 동안 후임자와 대면, 비대면으로 인수인계를 하고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일정에 맞춰 업무를 추진했다. 마지막까지도 전달할 사항들이 생각났고, 질문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노력했어도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궁금한 점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비대면으로 소통을 많이 한만큼 앞으로도 전화가 오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수인계를 할 때 평소 일을 하면서 이슈사항 및 업무 프로세스를 그때그때 정리해둔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기록해두면 인수인계할 때 참고할 수 있고, 나중에 후임자도 자료를 보면서 일할 수 있으니 안전장치가 된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잡고 사무실을 돌면서 인사를 나눴는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비상 재택근무 중이라 조를 나눠 교대로 사무실 출근을 하고 있어 자리에 안 계신 분이 많았는데도 한 층을 도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른 한 층은 어쩔 수 없이 인사를 못 드리고 퇴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이 못내 아쉽지만 생각나는 분들께는 따로 연락을 드려 소식을 전해도 좋을 것 같다.


퇴근할 때 남편이 데리러 와주었다. 차를 타니 퐁퐁 꽃다발이 있어 차 안 가득 꽃향기가 났다. 고생했다고 꽃 선물을 해줬는데, 내가 더 고마웠다. 출퇴근 길에 매번 태워다 주고, 퇴근이 늦어져 기다릴 때도 늘 군소리 없이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회사생활에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내가 살 테니(만들어줄 테니 아님 주의!!)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했다. 순대 크림스튜를 먹고, 평소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보며 모처럼 편안하게 저녁 시간을 보냈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 나가고 빗소리를 들으며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빵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이주가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보내라고 말해주었다. 평일 아침에 천천히 산책을 하고, 날씨가 좋으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라고 말이다.


동감이다. 이 시간을 충분히 즐겨보고 싶다. 출산 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도 챙기겠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멍 때리면서 음악 듣기, 글쓰기 등 좋아하는 일들을 조금 더 즐겨보고 싶다. 보고 싶었던 드라마도 챙겨보면서! (신난다! 야호~~~)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일한 나에게 고생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두드리며 오늘 하루는 두 다리 쭉 뻗고 푹 자야겠다. 고생했다, 안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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