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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Nov 14. 2020

엄마의 외출

아기 키우는 마음 15

엄마와 언니 찬스로 남편과 단둘이 외출을 했다.

신생아를 키우느라 종일 집에만 있으니 바깥바람을 쐬고 오라는 가족들의 배려였다.


출산 후 아기와 떨어지는 첫 외출이었다.

젖을 먹이고, 목욕도 마치고, 활발하게 놀 시간이니 두 시간 정도 외출하는 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외식을 하려고 해도 특별히 생각나는 음식이 없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했다.

요즘 먹고 싶은 음식은... 맛있는 베이글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단순히 빵과 커피를 먹고 싶다기보다 햇살이 잘 드는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맛보고 싶다.


엄마와 언니는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재밌는 영화 한 편 보고 오라고 했지만 그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바로 운동. 그저 바람을 쐬며 많이 걷고 싶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을 했다.

임신 기간에는 일상의 루틴이었는데, 이제는 특별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임신 중에는 몸이 무거워서 걸음도 느리고, 오래 걷지 못했다.

이제는 몸이 가벼워졌는데, 떼어내지 못하는 혹이 하나 붙었다.


우리는 근처 패션 아웃렛으로 걸어가 아기 옷 사이즈를 바꾸고, 아기용품을 구경했다.

카페에 들러 어느새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가 나오고, 캐럴이 흘러나오는 시기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따듯한 차 한잔을 마시며 거리를 구경하다가 남편은 말했다.


- 군대 휴가 나온 기분이다.

- 그게 어떤 기분인데?

- 주어진 시간 동안 맛있는 거 먹고, 하고 싶었던 일 하고... 그러다 복귀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부담감이 느껴지고, 소화도 잘 안 되는 듯한 기분.

- 그렇네. 크크


어느새 아기와 함께한 지 35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이제는 먹고, 자고, 노는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에 적응을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지내는 것도 익숙해졌는데 오랜만에 흙냄새를 맡으며 바람을 쐬니 잠들어 있는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 밖에 나오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게 아니라 잊는 것 같아.

아기와 함께 지내다 보면 하루가 빨리 가니까...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등산과 근력 운동, 첼로 연주, 동네책방과 빵집 나들이, 콘서트 관람 등 평소 좋아하는 활동들이다.

당분간은 어렵겠지? 가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비상용 신생아 해열제를 사면서, 남편에게 아기가 보고 싶다며 아기의 여러 표정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 모습을 보며 아기 엄마가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아기는 컹컹 소리를 내며 젖을 찾고 있었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잠시 떨어져 보니 얼마나 소중하고, 보고 싶은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아기 엄마가 다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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