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을 바라보며

아기 키우는 마음

by 이수댁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공 이공 십이월 이십구 일에 눈이 펄펄 내렸다. 아기와 함께 보는 첫눈이었다. 아기를 안고 창밖의 눈을 보여주어도 아기는 아직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눈이 펑펑 쏟아져서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은 예쁜 순간이었다.


누군가 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너무나 놀랍게도 요즘의 난 아기를 보살피기 위해 태어나고, 아기를 위해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고작 3개월 차 엄마 인생인데 어찌 이렇게 바뀐 건지? 생각해보면 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아기에게 쓰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께서는 자신이 늘 자식에게 헌신적인 모습만 보여서 나 또한 그래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고, 때로는 이기적인 엄마가 될 필요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모든 순간 엄마 손이 필요한 아기를 돌보는 단계여서 이기적이기도 힘든 것 같다. 아기가 점점 엄마를 알아보고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 힘든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단란한 가정을 만드는 게 꿈이다.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남편과 서로 돕고 깊은 친밀감을 느끼며 사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 언니, 동생과 서로 위해주며 살아가는 우애 있는 남매로 지내고 싶다. 그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인 것 같다.


가족이라고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오해하고 갈등이 생길 때도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미워하기로 말하면 누구보다 미워할 수도 있다. 좋은 관계는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먼저 좋은 마음을 갖고, 위해주고, 챙겨주고자 한다. 흰 눈처럼 좋은 거 싫은 거 모두 포근히 감싸주고, 눈 위의 햇살처럼 따듯하게 마음을 녹여주는 사람이고 싶다.


인생이라는 파도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보면 시시때때로 날씨가 바뀌고, 때론 암초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래서 목적 항구가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항구는 어디인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남편과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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