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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l 03. 2017

보약보다 값진 할머니의 백숙

안쥐가 서울쥐가 못되고 시골쥐인 이유...

지난 주말 부모님께서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안면도로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삼남매만 남겨진 대전집...?

오, 이거 참 오랜만인데? 어서 가야지!'


일요일 아침, 막내는 시험 공부한다고 일찍부터 학교에 가고 언니와 저 둘만 집에 남았어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맛있는 점심 사드릴까?"라고 언니가 제안했습니다.

"좋아! 할머니랑 같이 영화도 볼까?라고 덧붙였습니다.

할머니께 전화로 점심+영화 패키지를 제안했더니 점심은 할머니께서 만들어주겠다고 하셨어요.


점심에 할머니댁에 방문하니 한 솥단지 가득 백숙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옥상에 심은 상추와 부추, 고구마 순으로 반찬을 만드셨다고 해요. 상추로 김치를 담그셨는데 그 안에 수박 껍데기가 들어있었어요.

"엥? 수박 껍데기예요? 이걸 어떻게 먹어요?"라고 말했지만 호기심에 맛을 보니 아삭아삭 식감이 좋고 맛있었어어요! 할머니만의 레시피와 손맛이 어우러져 정성스럽게 완성된 음식을 즐기며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건 첫째 손녀딸~ 이건 둘째 손녀딸~~"라고 하시며 앞접시에 닭다리를 하나씩 건네주셨습니다.

"할머니 뭐 드시려고요~~ 이거 드세요!"라며 돌려드렸더니 할머니는 닭발이 맛있으시대요. 그러고보니 닭발이 두개가 아니라 여러개 들어있네요. 닭가슴살도 많이 있는데 안 드시는거 보면 정말 닭발 맛이 좋으신가봐요!

할머니의 음식에는 보약처럼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사랑이 듬뿍 담겨있어서 먹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얼마 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할머니 음식 맛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맛보고 싶어 영상으로 레시피를 기록하는 청년이 나오던데, 저도 할머니 레시피를 정리해서 브런치에 올려봐도 뜻 깊을 것 같아요!

들어오기 전 집 앞 시장에 들러 사온 자두를 보며 행복해하시는 할머니~

후식으로 싱싱한 자두를 먹었습니다. 배불러도 과일 배는 따로 있거든요! :)

여름이 오면 종종 "아~ 자두 먹고 싶다! 시큼달큼한 맛이 땡기네!"라고 얘기하며 자두를 찾곤 합니다. 그러면 주위에 있던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 "너 임신했니?"라고 농담처럼 물어보세요.

그 정도로 자두를 좋아하는데 할머니께서도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자두라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종종 서울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려고 하다가도 문득 대전에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멀지 않으니 훌쩍 대전집으로 찾아가곤 합니다.

대전은 기차 타면 한 시간 거리로 서울에서 멀지 않기도 하지만 대전에 오면 느낄 수 있는 가족들의 사랑, 따뜻한 집밥을 늘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들은 절 "안쥐~"라고 부르는데 여태 서울쥐가 못되고 시골쥐인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았습니다. :)


손녀들이 온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하시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보약 같은 백숙의 힘으로 이번 한 주도 힘차게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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