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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l 06. 2017

라-레-솔-도- 기초부터 다시 한번!

지금이라도 첼로를 다시 시작해서 다행이야!

7월의 시작과 함께 가장 기대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첼로를 다시 시작하는 것.


첼로와의 인연을 소개하자면 중학교 3년 간 현악반으로 활동할 때 첼로를 연주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서 바이올린은 내게 작아 보일 것 같았고, 품안에 알맞게 들어오는 첼로가 적당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첼로 연습을 하다가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악기들과 소리의 합이 맞았을 때 느끼는 짜릿함과 감동의 순간을 참 좋아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회사에 오케스트라 동호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패밀리사 직원 중 처음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레슨을 하는 날!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레슨 공간으로 함께 이동했다. 부서 생일 파티를 할때 종종 들른 공간이었는데, 마치 처음 보는 듯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관심을 갖고 인지한다는 게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피아노 옆에 있는 사물함에 첼로가 보관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스즈키 첼로 교본과 악기를 마주하니 설레었다. 의자에 앉아 악기를 몸에 맞추고, 활을 들어 소리내보았다.


라- 레- 솔- 도---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활을 그었다. 줄마다 어떤 음이 나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한 소리여서 반가웠다. 줄마다 소리내는 방법을 익히다보니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로 첼로에 대한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오랫동안 케케 묵혀둔 감각과 함께 같이 현악반 활동을 했던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났다.


선생님께서는 마치 엊그제 연주했던 거 같다며 잘한다고 거듭 칭찬해주셨다. 오케스트라를 할때도 첼로 파트장을 맡았지만, 음악에 소질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첼로는 내게 익숙하고, 좋은 추억을 간직한 악기니까 다시 시작해보면 좋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악보를 볼때 '리고동(퍼셀)' 등 제목은 익숙한데 음은 기억나지 않았던 곡들이 선생님의 반주와 함께 연주를 시작하면 손가락이 절로 따라가는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스즈키 1권에 작은별 변주곡(스즈키)부터 미뉴에트 제2번(바흐)까지 처음엔 알쏭달쏭하다가 막상 연주해보면 기억이 난다며 물개 박수를 치기를 반복했다. 선생님도 나도 신이나서 연습했다.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것 같다.


악기, 외국어, 운동은 근육과 같다. 안 쓰면 희미해지지만 단련할수록 단단해진다. 그리고 기본을 충분히 쌓아두면 언제든 다시 꺼내쓸 수 있다. 나의 삶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것들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오랜만에 연주를 하면서 떠오르는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 첼로 선생님, 그리고 같이 하던 친구들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재미있게 악기를 배울 수 있던 그 시절에 감사함을 느꼈다. 부자 학교는 아니었지만 현악반, 문예반, 미술반 등 우리들이 끼를 펼칠 수 있는 동아리가 활성화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현악반의 경우 학교에서 악기를 빌려줘서 악기를 사야한다는 부담 없어 많은 친구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입사하고 하고 싶은 것으로 첼로를 떠올렸을 때 시작했다면 벌써 4-5년은 연습했을텐데! 돌이켜보면 막상 시작할 뚜렷한 계기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송영민 피아니스트 콘서트를 자주 찾으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를 들으니 잊고 있던 악기 생각이 났다. 연주를 통해 감동을 받으며 다시 시작할 동기를 갖게 된 것은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꼈다.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그레카가 노래할 때 댄 눈에는 주변 악기가 연주되던 것처럼 음악이 계속 흐르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직장인 오케스트라도 많으니 조금씩 실력을 쌓다보면 연주로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봉사활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다시 시작한 첼로 레슨 첫번째 일기를 마무리해본다.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던 스즈키 첼로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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