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을 떠나며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059

by 이수댁


2020년 9월 26일, 출산을 위해 친정이 있는 대전에 내려왔다. 5개월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2021년 2월 28일, 남편 그리고 딸과 함께 서울 우리 집으로 올라간다. 뱃속에서 꼬물거리던 빵이는 훌쩍 자라 차 안에서 온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출산 후 두세 시간마다 울어대는 아기를 돌보며 잠도 못 자고, 왜 우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의 엄마라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무겁게만 느껴지던 시절, 옆에서 도와주시려는 엄마께 예민하게 짜증을 냈던 게 너무나 미안해서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왜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지.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 다음에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거라면 조금 위안이 될까? 내리사랑을 주시는 부모에게 자식의 마음과 실천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질 테니 할 수 있을 때 더 잘해야겠다.

언니, 동생과 같이 사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독립 후 각자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보니 다시 맞춰가느라 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지내는 법을 배웠다. 결국, 참 많이 다르면서도 닮은 핏줄이라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돈독하게 지내는 우리 삼 남매가 되기를.

엄마 옆에서 밑반찬 만들고, 국 끓이는 법도 배우고, 후다닥 집안일하는 법, 애기랑 재미있게 노는 법도 많이 배웠다. 말 그대로 '엄마 수업'이었다. 그러면서 엄마께서 만들어주시고, 또 떨어져 살 때는 택배로 보내주시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이니까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처음 입사했을 때 사회생활해서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그동안 부모님께서 삼 남매를 얼마나 고생해서 키우셨을지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자식들이 크면 지금의 우리처럼 독립한다는 것을, 품 안의 자식은 길어야 3년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아이 키울 때의 기쁨과 행복을 순간순간 느끼며 지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어른들이 늙는 속도는 참 느린 거라고 한다. 그만큼 빵이는 지난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이제는 가족들 얼굴도 알아보고, 좋다고 방긋방긋 웃기도 하지만, 싫으면 소리 지르며 의사 표현을 한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도 익숙해지고, 제법 능숙해져서 육아가 두렵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빵이를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언제나 처음을 경험할 것이다. 아이와 겪는 모든 상황뿐만 아니라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에게 이전보다 마음을 더 넓게 쓰면서 너그럽고 유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존재만으로 무한한 기쁨을 선물하는 빵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감사하며, 첫 손주, 첫 조카를 누구보다 아껴주는 가족들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며, 마지막으로 넓고 깊은 마음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딸을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사랑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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