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060

by 이수댁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막혀서 거의 4시간가량 걸렸는데 빵이는 카시트 안에서 쭈욱 잤다. 고속도로에서는 위험해서 크게 울어도 안아주기가 어려웠을 텐데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콧구멍 밑에 손을 대고 확인할 정도로 낮잠을 많이 잤다. 빵이는 집에 도착해서 신나게 놀고, 목욕을 하고, 밥을 먹었다. 여전히 눈빛이 똘망똘망해서 충분히 놀다가 졸려하면 재우려고 침대에 눕혔는데 뭐라 뭐라 말을 하더니 스르륵 잠들었다. 깨우고 싶지 않아서 침대에서 아이를 재우고 우리 부부가 바닥에서 잠을 잤다.


사방을 높은 베개와 이불로 막았지만 내심 불안했던 걸까? 잠을 자면서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20cm 정도의 매트리스에서 떨어져서 아기가 울지 않았지만 엄마인 나는 많이 놀라고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뭐 그거 가지고 그러냐고, 날 비난하고 담배도 피웠다. 아기가 외상이 없어도 병원에 가봐야 한다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잠에서 깼는데 남편이 먼저 깨어 있었다.


- "뭐해?"

- "아침에 북엇국 끓이려고 계란이랑 두부 사 오려고."


순간 남편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이에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남편, 나를 잘 챙겨주는 남편이 옆에 있어서. 남편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 얼른 짐 정리하고 아침밥을 먹자고 했다. 빵이도 잠을 다 잤는지 손가락을 빨며 옹알이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익숙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낯설지 않은걸 보니 내가 살던 집이 맞나 보다. 빵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이 다 어디 갔지? 여기는 어디지?'하고 조금 헷갈리겠지만 금방 적응하리라 믿는다. 대전에서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이 하룻밤 꿈처럼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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