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지영이와의 짧았던 1박 2일
"어머~ 지영아~~ 지영이랑 재밌게 놀아라~!!"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말씀하셨다.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지영이가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희 어머니 목소리 들으니까 똑같으시네!"
"그치?" ㅋㅋ
어젯밤에 지영이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중학교 때 함께 첼로를 연주하던 친구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냈으니까 우정을 나눈지 햇수로 16년 되었다.
나 어렸을 때(?) 결혼하기 가장 예쁜 나이일거아 믿었던 27살에 진짜 결혼을 한 친구. 이번 주말에 남편이 제주도로 회사 워크샵을 가서 자유부인이 되었다. 귀한 시간에 작은 나의 자취방에 놀러올 생각을 하다니 기특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
신혼부부라고 하면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는 달콤한 이야기를 기대하지만, 지영이는 결혼 1주년이 되었을 때 지금껏 둘이 잘 참고, 잘 지내온 것에 대해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하긴, 우리 둘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도 이렇게 하룻밤 같이 자보면 다른 점들이 많이 보이는데... 삼십년 가까이 따로 살아온 사람과 한집살이를 한다니 맞춰가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래도 서로 알아가는거 재밌을 것 같은데?"
내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 상극이야! 가끔은 서로 보면서 감탄해~ 와 어떻게 이렇게 다를까?"
예를 들어 지영이는 집에서도 늘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는 반면, 남편은 자다가 지영이가 차려준 밥을 먹고 피곤하다며 다시 자러 들어간다고 했다.
남편은 "지영아, 넌 집에서 어떻게 그렇게 바쁠 수가 있어?"라고 놀라고, 지영이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지낼까?' 속으로 생각했단다.
"그치, 그치! 휴일에 먹고 자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푹 쉬어야 피로가 풀리니까... 평일에 너무 바쁘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하더라!"
사람들이 다들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해서 그렇지, 들여다보면 마찬가지 아닐까? 다른 커플도 99.9%가 다르고, 0.1%만 맞아도 서로 맞춰가면서 살고 있을지도 몰라...
"근데, 결혼 전에는 지금의 모습을 전혀 몰랐어?"
"응, 결혼 하니까 완전 다른 사람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이런 얘기하면 남편은 난 그대로인데 왜 변했다고 생각하냐며 서운해 하더라~"
"정말 결혼할 사람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걸까?"
"다 팔자야! 좋은 남편 만나고, 좋은 시댁 만나는 것도."
말은 이렇게 해도 남편을 보면 가장 밉다가도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래, 알지~ 착하고 책임감 강한 내 친구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남편 배려하고, 기 살려주며 지혜롭게 지낸다는 걸!
결혼생활 하면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밥 차리느라 고생하는 내 친구를 위해 아침을 차려줬다.
여름엔 감자가 맛있길래 감자볶음을 만들었는데, 감자를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익힌 후 볶으면 타지 않고 간이 베어 맛있다는 팁을 주었다.
상추도 사다두었는데 고기가 없을 때는 참치를 먹어도 맛있다고 아이디어를 주었다. 나는 요리 초보인데 내 친구는 언제 이렇게 주부9단이 되었는지~
내가 만든 음식을 잘 먹을까 궁금했는데, 맛있게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뿌듯하기도 하고.
'나중에 요리 실력을 쌓아서 더 맛있는 거 해줄게!!'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수다 떨며 즐겁게 보냈다. 늘 노력하며 지내는 내친구~ 우리 때로는 쉬엄쉬엄 쉬면서 즐겁게 가자! 다음에 또 놀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