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과정에서 서로 분쟁이 발생했고, 그 분쟁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어차피 누군가에 의해 그 분쟁은 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심판을 하는 곳으로는 크게 법원과 대한상사중재원이 있다.
다만 위 두 개 기관 중 ‘법원’이 원칙적인 곳이고, 당사자 간에 ‘우리는 법원이 아닌 상사중재원에서 중재를 통해 해결할 거야!’라고 합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분쟁을 해결하게 된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면 사전에 당사자 간에 ‘이번 계약거래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의한다’는 취지의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보통 계약서 끝부분에 <분쟁해결>이라는 제목을 달고 중재에 관한 규정을 둔다. 다음과 같은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좋다.
본 계약과 관련하여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서울에 소재하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동 중재원의 상사중재규칙에 따라 동 분쟁을 중재를 통해 해결한다. 중재인이 내린 중재판정은 당사자들을 최종적으로 구속하는 효력을 가지며, 당사자들은 동 분쟁에 관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
중재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방 당사자가 그 사건을 법원에 가지고 가면(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중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이 사건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진행하기로 사전에 합의했었습니다.’라고 법원에 밝히면 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돌려보낸다(법적인 용어로 각하却下 결정을 내린다.)
중재원에 사건에 접수되면 직업 판사가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 풀(pool, 그룹)에 있는 중재인들에 의해 사건이 심리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재인 pool에 포함되어 있으며 경력이 많은 변호사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기술관련 분쟁의 경우 중재인 pool에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심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재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일반 법원의 사건은 원칙적으로 3번의 재판이 보장된다(1심-2심-3심). 그러나 중재사건은 사실상 1심으로 운영된다.
중재법에 따르면 일정한 경우 법원이 그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이 규정은 적용이 거의 안 된다. 따라서 중재사건은 단판승부이므로 정신 바짝 차리고 진행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일반 법원에서 진행되는 사건보다 중재합의가 있어 중재원에서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첫째, 중재원 사건은 미국 재판처럼 치열한 구두변론이 진행되기에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둘째, 무엇보다 단판승부라는 점이 부담을 주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재사건에 대해서는 일반사건보다는 변호사 보수를 좀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