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원들에게 설득이나 조언을 할 때 직설적으로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괜히 돌려서 이야기하는 것은 핵심을 전달하지 못할 위험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진정을 담아서 이야기하면 상대도 제 마음을 알아주겠거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습디다.
설득이나 조언을 할 때 진정성 이상의 다른 skill이 필요할까요?
사람은 누구나 ‘나는 옳아’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진정성을 담더라도 설득이나 조언이 힘든 이유이지요.
한비자 세난편에는 ‘군주를 설득하는 요령’이 나옵니다. 그 내용을 인용해 봅니다.
무릇 군주를 설득함에 있어서는 다음의 점을 명심해야 한다.
(1) 군주가 자랑거리로 삼는 것을 두둔해 주고 부끄럽게 여기는 것을 감싸 없애주는 요령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2) 군주가 마음으로는 동경하지만 실제 거기에 미칠 수 없다면 당신은, 그를 위하여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의 허물을 지적하고 좋지 않은 것을 보여주어 도리어 행하지 않은 것을 칭찬해 주라.
(3) 군주가 자기 지혜와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한다면 유사한 다른 사례를 찾아내 많은 자료를 만들어 주고 모르는 척하면서 그를 도와줄 일이다.
(4) 군주와 같은 실패를 한 자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이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서 감싸줄 일이다.
(5) 군주가 스스로 역량을 자랑한다면 어려운 경우를 굳이 예상해서 그 위험성을 말할 필요가 없다.
(6) 군주가 스스로의 결단을 용감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흠집을 들어 노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스스로 계획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면 실패할 경우를 들어서 추궁하지 말아야 한다.
(7)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호감을 얻은 후) 나의 논리가 상대를 거스르게 하는 바가 없고 말씨가 (군주의 감정에) 저촉되는 바가 없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당신의 지혜와 논리를 군주에게 마음껏 구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군주와 친근하게 되어 의심받지 않으며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다 말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세난(說難)편 중 -
2,000년 전에 이런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기서의 ‘군주’를 ‘상사’나 ‘고객’, 또는 ‘가족 ,자녀’로 치환해도 그대로 적용될 법합니다.
한비자는 당시 뛰어난 유세객들에게 이 조언을 전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존귀하게 여긴다는 속성을 그대로 꿰뚫은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특히 위 인용문 중 (7)은 무릎을 치게 합니다.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자신의 논리와 경험으로 박살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계요, 그 사람과의 공감대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