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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5. 2019

‘합리적 의심’이라는 용어에 대해

# 1


‘합리적 의심’
알 듯 모를 듯 한 어려운 용어다. 나도 좀 헷갈려서 오늘 정리해 본다.  

무언가 의심스러울 때 우리는 ‘A가 죄를 지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표현을 한다. 즉, 유죄에 대한 의심을 할 때 ‘합리적 의심’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원래 형사법적으로는, ‘유죄’가 아닌 ‘무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의미가 있다. 말이 좀 어려워진다.


# 2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헌법 제27조
④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따라서 아무리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도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일단 죄가 없는 사람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검사는 피고인이 죄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입증해야 하는가 인데, 이에 대해서 형사소송법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즉,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검사가 입증(증명)을 해야 하는데, 그 입증(증명)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여야 한다.


# 3


이 말을 좀 더 풀이하자면, 검사가 A라는 사람을 살인죄로 기소한 후 여러 증거를 제출했다. ‘목격자 B의 증언’, ‘유력한 범행 동기’.


하지만 다른 목격자 C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범인의 인상착의는 A와는 다소 다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범행 시간에 A의 애인인 D는 자신이 A와 같이 데이트 중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알리바이 주장).


이 정도라면 판사는 ‘어? A가 범인이 아닐 수 도 있네?’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판사로 하여금 ‘A가 범인이 아니라는, 즉 A가 무죄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라면 A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는 의미다.


‘A가 무죄일 수도 있으리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검사가 제대로 입증을 한 경우에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 4


원래 합리적인 의심은 영미법상의 reasonable doubt에서 유래되었으며, ‘무죄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 입증이 되어야만 유죄로 본다는 뜻이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는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온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정리하자면, ‘합리적인 의심’이 형사법적으로 사용될 때는, ‘저 사람이 죄를 지었으리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라 ‘저 사람이 죄를 짓지 않았으리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기본개념으로 사용된다.


나도 항상 방송에서 이 말을 들을 때 헷갈렸는데, 좀 찾아보고 명확히 정리가 되었다.


미국의 O.J 심슨 사건(형사건)의 경우도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을 정도의 유죄 증명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슨의 변호인이 능수능란하게 변론을 해서 배심원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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