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Jun 13. 2022

득어망전

버리고 비우기

<단상 : 득어망전(得魚忘筌)>

1.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고기를 잡고나면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 통발을 잊는다’는 뜻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면 이를 이루게 도와준 그 수단(도구)의 고마움을 잊어버린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2. 그런데 이렇게 풀이하는 것은 너무 밋밋하다. 더구나 위 문구가 심오한 해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것이니, 좀 더 다른 뜻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 ‘득어망전’은 뜻한 바를 이룬 후에는 그 수단이나 과정에 대하여는 애착을 갖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유경(蛇喩經)》에는 이런 재미있는 비유가 나온다.


부처님이 비구(比丘)들에게 집착을 버리라고 하면서 설법을 한다. 어떤 나그네가 “평화의 땅(彼岸 ; 피안)으로 가는데 뗏목으로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무사히 건넌 뒤 뗏목으로 큰 덕을 보았으니 메고 갈 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건너게 두고 갈까요?”라고 묻자 부처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이럴 때는 두고 가도 할 일을 다 한 것이며, 궁극에는 교법마저 잊는 경지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4. 통발을 무기삼아 열심히 고기를 잡는 데만 신경 썼던 젊은 날들. 이젠 더 이상 욕심내어 고기를 잡는 데만 혈안이 되지 말고, 통발을 거둬두고 흐르는 물을 감상하는 여유도  챙겨야겠다.


심지어 고기를 얻지 못해도 통발을 잊는 경지가 되고 싶다.

진정한 여유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에서 생겨나는 법.


팽팽하게 벼려졌던 통발들을 하나씩 버리고 잊는 연습을 하련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매최이(鬼魅最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