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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17. 2022

가족은 드라마다


#1 

진실같은 허구로 스토리를 짜고 각자 배역에 맞춰 작가가 집필한 대본대로 연기를 펼치는 ‘드라마’. 이러한 드라마는 실제 삶의 모습보다 더 증폭된 감동과 여운을 준다. 각 연기자는 애드립을 자제하고 짜여진 대본에 맞춰 대사를 치고 감정연기를 해야 한다.     


# 2

막내이모. 

5남매의 막내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그 막내이모가 시집가서 아들을 낳았다. 외동아들. 공부도 잘하고 어찌나 착한지. 내게는 이종사촌 동생.

그 금쪽같은 사촌 동생이 대학교 2학년때 자다가 세상을 떴다. 그 아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천지불인!!!!) 

새벽에 그 소식을 듣고 거의 넋이 나간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이모에게 달려갔었다.

5남매가 다 모였다. 제일 맏이인 엄마와 외삼촌들은 한결같이 말씀하셨다. “이거 절대 어머니(외할머니)가 아시면 안된다. 그 마음약한 분이 버텨내지 못하신다.”

결국 외할머니는 이종사촌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로부터 당신께서 운명하시던 그날까지 어언 7년간을 이 사실을 알지 못하셨다.     


# 3

외할머니는 내 이종사촌 동생을 너무도 이뻐하셨기에 명절 때마다 찾으셨다. 그때마다 전 가족들은 입을 맞춰서 핑계를 댔다.

“하필 시험이 겹쳐서 바쁘댑니다.”

“이제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는데요, 오늘도 독서실 갔습니다.”

“취직은 했는데, 이번에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되어 일본 갔습니다.”

사촌 동생은 세상을 뜬 이후에도 계속 나이를 먹어갔다. 

대학도 졸업하고 취직도 하고. 그래서 본인은 못 오지만 자기 엄마(이모)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용돈과 선물을 보내곤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식구들은 이모의 눈치도 본다. 그 연기를 해야 하는 이모는 또 얼마나 괴로울까. 하지만 모든 이들은 외할머니를 위해 자신이 맡은 배역을 성실히 수행한다.     


# 4

외할머나 돌아가시기 몇 달 전, 나는 외할머니댁에 갔었다. 차려주신 밥을 열심히 먹고 있던 나에게 외할머니가 투명한 눈으로 쳐다보시며 이렇게 물으셨다.       

“승규....  잘못된 거 ...맞제?”     

외할머니도 언제부턴가 알고 계셨던 거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이를 알고 있음을 다른 자식들이 알아 차릴까봐 걱정이 되어 모른 척 하셨던 것이다. 목이 메었다.     


# 5

좀 극단적인 예였다. 하지만 모든 가족들이 이런 류의 다양한 드라마를 찍고 있으리라.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가족간이지만 그렇기에 더 숨기고 눙쳐서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알고도 속아주는 것.

그러기에, ‘가족은 드라마’다.     


* 외할머니를 마지막 뵈었을 때, 변호사 손자에게 용돈 주신다고 쌈짓돈을 세시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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