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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4. 2022

단상 : 변함은 필연이다

 #1

천하대세(天下大勢),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 

‘천하의 대세는 나뉜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친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뉜다.’     

소설 첫문장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 바로 이거 아닐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첫 문장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 첫 문장도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저 문장은 삼국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必’이다. 그냥 합치고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합치고 나눠진다는 의미. 그 만큼 ‘변화’는 필연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 2

최근 어느 젊은 청년 사업가 A와 상담을 했다. 돈 많은 투자자가 A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서 회사를 하나 만들어 같이 사업하자는 제안을 한 것. 지분은 투자자가 51%를 갖고 청년에게는 49%를 주기로. A는 따로 자본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대표이사는 A가 맡고 그 투자자는 이사로 등재.

이 상황에서 A가 내게 질문한 것은 “과연 49% 지분만 갖고ㅓ도 내가 소신껏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투자자가 마음이 바뀌어서 저를 밀어낼 수도 있나요?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어떤 조항을 넣어야 하나요?”였다.


# 3

많이 경험해 본 사안이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49%의 지분만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내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워요. 나중에 투자자가 마음이 바뀐다면 이라고 전제하셨죠? 투자자의 마음은 나중에 100% 바뀐다고 봐야 합니다. 사업이 잘되든 못되든 투자자와의 관계는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관계가 변하지 않으리라고 전제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죠.”

“현재 본인이 대표이사고 투자자가 이사지만, 투자자가 51% 지분을 갖고 있으니 나중에 주주총회에서 투자자가 이사를 몇 명 더 뽑을 수도 있어요(이사의 선임). 그러면 이사회의 과반수가 투자자편이 되고, 그때 투자자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갈아치울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바뀔 수 있음을 전제로 일에 임하시길.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투자자가 A 없이는 일을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실력을 보여주세요. 그럼 투자자는 당신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거예요.”

“하자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내가 배척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일에 임하라는 겁니다. 그런 Plan B 없이 이런 동업구조를 가져가는 것은 큰 리스크입니다.”     


# 4

의기투합해서 같이 일을 시작하지만 안좋게 쪼개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Plan B의 구상이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언젠가는 나눠지게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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