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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4. 2022

소송은 ‘생물’이다

#1


‘정치는 생물이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정치상황이라는 것이 수시로 변경하므로 그 역동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일컫는 말이다. 


변호사들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소송은 생물이다’는 표현을 쓴다. 소송을 생물이라 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2


사건을 처음 만나는 ‘초도상담’때 그 사건의 승패는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에는 관련된 법조문이나 대법원 판례를 찾아서 대입해 보면 유, 불리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소송은 그렇게 변화무쌍한 생물이라 볼 수 없으리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3


우선 우리 의뢰인이 당초 설명한 내용과 다른 사실관계가 소송 중간에 툭툭 튀어 나온다. 의뢰인이 처음부터 변호사를 속여서 그렇다기 보다는 의뢰인도 자기 관점에 매몰되어 있다보니 편향된 설명을 하기 때문에도 그렇고, 부정확한 기억력, 의뢰인이 갖고 있지 않은 증거를 상대방이 갖고 있을 경우 등의 이유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으로 소송을 심리하는 ‘판사’가 변수로 작용한다. 판사들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어떤 사건은 판사가 집요하게 파헤쳐 주는 편이 우리에게 유리한 반면, 어떤 사건은 판사가 큰 틀에서만 판단해주고 디테일한 부분은 그냥 넘겨 주는 편이 좋은 경우가 있다. 우리의 바램대로 판사가 움직여주면 좋은데, 그 반대로 움직여주면 재판은 아주 어려워진다.


#4


또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상대 변호사다. 상대 변호사가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으로 사건을 리드하는가에 따라 재판의 양상이 달라진다. 


이거 무시 못한다. 


그래서 나도 사건을 의뢰받을 때 상대 법률사무소가 어디인지, 주수행 변호사가 누구인지부터 살핀다. 


어느 변호사가 사건을 수행하는가에 따라 질 사건이 이기기도 하고 이길 사건이 지기도 한다. 민사소송은 누가 옳은지를 판단하기 보다는 원, 피고 중 누가 더 법 규정에 맞춰 효율적으로 주장과 입증을 하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5


바로 이러한 이유로 소송을 하는 변호사는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속단하고 방심하면 안되고, 반대로 불리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일단 수임을 했으면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고민해서 싸워나가야 한다. 그러면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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