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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5. 2022

믿었던 사람이 가장 아픈 공격을 한다

#1

소송과정에는 양 측의 적대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드라이하게 법리적으로만 싸우는 경우보다는 이판사판 감정싸움이 결합되는 일이 많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그의 약점에 집중하게 된다. 그 부분을 때려야 가장 아프니까. 그런데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와 특히 가까웠던 사람이다.     


#2

내 내밀한 약점은 타인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거나 마음의 통로를 열고 싶을 때 내 약점을 드러낸다. 약점을 공유하면서 좀 더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된다. 약점을 몰랐을 때보다 한결 돈독해진다.     


#3

하지만 사람의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가까웠던 사이가 틀어지면서 서로 반목하고, 이해관계로 분쟁이 생길 때,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데, 그때는 이미 알고 있던 상대 약점을 이용한다.      

‘아, 내가 왜 그때 그 이야기를 했을꼬’라고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무리 싸움을 하지만 이거까지 건드리는 건 너무한 거 아냐?’라고 원망해 보지만 이미 전투모드로 들어가 상대를 박살내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된 상황에서야...     


#4

처세서인 <채근담>에 나오는 이 구절. 내가 참 좋아한다.     


‘人情反復 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사람의 마음(정)은 수시로 뒤집어지고, 세상의 길은 좁고 험하다.’     


여기서 ‘반복’은 ‘계속된다(repeat)’의 의미라기 보다는 ‘번복(뒤집어진다)’로 해석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결코 한결같지가 않아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5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부모자식간에도 의가 상할 수 있고,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간에도 이혼을 하는 마당에, 사회에서 이해관계로 만난 사람끼리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한결같을 수 있을까? 그 믿음의 결속이 얼마나 허약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내뱉었던 나의 약점이 시간이 흘러 나를 가장 아프게 공격하는 재료가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인간과계가 그래서 참 어렵구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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