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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5. 2022

이슈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람을 보자. 힘 빼고

#1


모 중소기업 K사장님을 뵈었다. 내가 대형 로펌에 근무할 때 의뢰인으로 만나뵈었는데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우연히 다시 뵙게 된 것.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끝에 K사장님 왈 “솔직히 예전에 조변호사님 만났을 때, 속으로 ‘허허, 이 양반, 비즈니스는 어떻게 할려고 이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무..슨 말씀?



#2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사건 때문에 회의를 하러 가서 대표변호사님 소개로 조변호사를 만났었지요. 자리에 앉자마자 조변호사는 바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죠. 회의가 끝날 때까지 스몰토크 전혀 없이 완전 앞만보고 달리는 코뿔소처럼 사건 이야기만 하고 끝냈지요.”



아하~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3


주니어 변호사 시절에 나는 ‘프로페셜널은 이래야 한다’라는 어떤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의뢰인을 만나면 해당 이슈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선배 변호사들은 스몰토크나 농담도 많이 하던데, 나는 그런 것들은 시간낭비고 아마츄어 자세라 여기기까지 했다.



#4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떤 고민(이슈)을 갖고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이다. 그 이슈는 그 사람에 속해있다. 따라서 사람과 이슈를 따로 떼서 생각할 수는 없다. 사람과 떨어져 있는 이슈는 없다.



또한 그 고민을 안고 상담을 의뢰한 사람은, 이 일을 같이 진행할 변호사가 자기와 좋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나아가 그 변호사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 한다. 



그런데 AI처럼 이슈애 대해서만 물고 늘어지면 그 미팅은 아주 팍팍해진다. 이슈 파이팅만으로는 만족스런 관계 형성이 되지 않아서 결국 수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5


년차가 올라가면서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일단 내가 만나는 의뢰인은 한 집안의 가장이며, 누구의 아들이자 아빠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자연스레 스몰토크를 진행하면서 주변 상황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간다. 그 과정에서 나와 공통점이 있는 부분(지연, 학연, 공통의 취미 등)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이후 이슈 중심의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대화가 티키타카식으로 이루어졌다. 



회의를 마칠 때쯤이면 이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 의뢰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친근해 지는 것이다.



#6


요즘은 회의를 할 때 힘을 빼고 이슈에 바로 들어가기에 앞서 스몰토크를 진행한다. 이젠 구력아 어느 정도 되다보니 세상살이 이야기를 끌어 들이는 데 익숙해졌다. 그럼으로써 의뢰인과 편안한 관계를 형성한 후 이슈에 돌입한다. 훨씬 스무스하고 자연스럽다.



스포츠에서도 힘을 빼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너무 눈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누구든 경계하고 긴장한다. 좀 헐렁하게 빈 틈을 보여주어야 상대방도 편안하게 대화에 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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